대전지역 자치구들이 열악한 재정상황 탈피를 위해 예산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자치구 의회가 혈세를 낭비해가며 외지로 의원연수를 강행,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의회사무국 소속 공무원들마저 수행 명목으로 대동했는가 하면 일정 중 상당 시간을 체력단련이나 시설방문 등에 할애하는 등 본 취지를 망각했다는 지적이다.

중구의회 전체의원 12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4명은 6일 오전 제주도로 2박3일 일정 의원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는 777만 원의 경비를 들여 현대지방의정연구원에 위탁, 전문 강사를 초빙해 의정활동 및 실무결산 등의 교육을 제주 그랜드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요일정에 체력단련, 시설방문 등 연수와 관련 없는 일정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의정 활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관광성’ 짙은 연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의원연수에 대해 주민들은 지역실정을 외면한 처사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모(태평동·42) 씨는 “지역에서도 충분히 연수를 진행할 수 있는데도 자치구 재정이 최악인 상황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제주도까지 연수를 가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도 묵과할 수도 없다”고 질타했다.

중구의회는 이에 대해 “지역 내에서 연수를 진행하면 의원들이 연수에 불참석할 우려가 있다. 제주도라고해서 특별히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중구의회 윤진근 의장은 “임기 초반부터 의원 간담회를 통해 제주도 연수 일정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연수를 취소하면 위약금을 지불할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며 “이번 연수를 통해 정례회 때 좋은 의정활동을 보여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동구의회도 지난 5일 115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의원 10명과 함께 공무원 10명이 제주도로 2박3일간의 의원연수를 떠났다.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진행되는 이번 연수는 예산심의와 조례안 교육 등이 주요 일정인데도 연수 둘째 날인 6일에는 한라산 등반과 현지탐방만으로 일정이 짜여있어 재원마련에 허덕이는 동구 입장에서 부적합한 연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총 21명의 의회 사무국 직원 중 사무국장을 포함한 10명의 사무국 직원들이 동행해 예산낭비의 표본이라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동구의회 관계자는 “의원들을 보좌하는 것이 사무국 직원들이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 불편이 없도록 직원 10명이 동행하게 됐다”며 “이번 연수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재정위기 극복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의 연수를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지만 불필요하게 제주도를 연수 장소로 택한 것은 혈세 낭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방재정이 바닥난 상황에서 이번 호화판 의원연수는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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