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질투한 은수는 어느 날 음식물에 농약을 몰래 넣은 후 지혜에게 먹여 독살을 했다.”

최근 지역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괴담집에 실린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담뱃갑 크기의 괴담집은 현재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과 아파트 단지 내 소규모 서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내용은 대부분 살인, 방화, 보복 등 끔찍하고 엽기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잔혹성과 비윤리성이 도를 넘어선 상태로 아직 가치판단의 기준이 성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에게 정신적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규제 근거가 명확치 않아 경찰 및 교육청 차원의 단속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간주하기 전까지는 판매중지나 판매에 따른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맹점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유해매체들이 활기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 지구대 직원 등이 학교 인근을 순찰하며, 청소년유해물과 유해약물, 유해업소 등을 단속하고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괴담집은 단속 근거가 없어 판매자나 유통업자들을 지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대전과 충남지역 내 일선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을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공포짱', '죽음의 내비게이션'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권당 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가정통신문 발송과 유통정지 권고, 캠페인 전개에 그치면서 문구점에서의 판매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충남 당진군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달 실태파악을 위해 4학년에서 6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684명 중 70%인 479명이 괴담집을 읽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K(35) 씨는 "일선학교에서 이들 괴담집이 유통되거나 학생들이 읽는 것을 막고 있지만 서적이 아닌 문구류로 분류돼 현행법상 심의 및 단속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일부 문구점의 장삿속과 미정비된 청소년보호법 등 제도적 문제점으로 지역 초등학교 학생 및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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