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시인들이 잇따라 작품집을 선보이고 있다. 구희문 씨가 ‘얼굴’(천년의 시작), 김인숙 씨가 ‘초첨맞추기’(문예촌), 조경진 씨가 ‘그리움, 그 긴 아픔의 향기’(정은출판)를 각각 펴냈다. 최근 시집을 낸 이들은 신예 작가로 작품집을 통해 세상을 응시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 특히 이들은 삶과 일상에 대해 ‘스스로 멎어 있음은 혼돈을 부르는 것’이라며 ‘왔던 길과 가야 할 길의 중간에 서서 자신이 품었던 것들을 그리워했다’고 시를 읇조린다.

‘얼굴’은 주위에 널려있는 자연을 테마로 관념적인 시들을 담았다. 살아가야 하는 본능적 욕구와 떠나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애처로움이 동시에 교차하는가 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모래 한 톨에서 깊은 연민의 정을 낚아 올린다.

특히 시집의 전편을 통해 볼 때 시인의 우정은 남녀 간의 사랑보다 더 숭고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구 시인은 충북보은 출생으로 1992년 시집 ‘삶바라기’를 출간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중견시인이다.

‘갈대의 서’, ‘봉숭아물’, ‘수양버들’, ‘고추밭 잠자리’, ‘어머니의 잘 가라는 손짓’ 등 에서는 사물의 본성을 들여다 보고, 오늘의 삶으로 부터 본향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또한 ‘벼 떠난 자리’, ‘사람의 사람’, ‘거지 여인에게’, ‘계단식 논’ 등에서는 시적 대상물 전체와 통일된 조화를 이루면서 풍우를 이겨낸 내면의 모습을 읽어내게 한다.

‘초점맞추기’는 무언의 소통을 위한 시집이다. 내면으로 삭이는 소리없는 아픔의 자취가 작품마다 머물러 있다.

제1부 하늘의 날게 하고 싶다, 제2부 조리개를 열고 수놓는다, 제3부 봄은 그이를 불러오고, 제4부 젊은 날이 포개어 지는 밤, 제5부 고단함을 내려놓다 등 총 70여 편을 수록했다.

각각의 시들은 상상력을 동반해 새로운 생명을 얻게되는 그리움이 주 테마다. 스스로 되돌아보며 시적 대상의 변형을 진솔하게 엮었다. 내밀한 경험과 상상을 표출시킨 시들을 만날 수 있고, 격한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어 흐릿해진 풍경도 접할 수 있다.

김 시인은 머리글에서 “녹슨 삶 어석이던 일 들, 그 언저리에서 나던 바람소리는 한 때 시심의 가장 소중한 글감이었다”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펴내는 시집이지만 앞으로도 남은 시간 좀더 보람된 문향의 길을 향해 달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리움 그 긴 아픔의 향기’는 푸른솔문학회 회원이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 시인의 첫 시집이다. 삶의 길동무인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자신의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응어리를 녹여서 그리움으로 빚었다.

제1부 미망의 뜰, 제2부 낙타의 길, 제3부 꽃바람 속에서, 제4부 빈 뜰에 내리는 달빛, 제5부 풍경소리 등 70여편을 실었다. 수록된 시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과 삶의 기운, 자연에서 발견하는 원초적인 생명력이 공존한다.

시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사회의 그늘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함께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일상에서 시속에 건져 올린 건 자연이다. 자연으로 풀어낸 시심은 한 가닥 푸른 기운을 찾게 하고 긴 아픔의 향기속에서 잠시 그리움을 보듬게 한다.

‘피리소리’, ‘미망의 뜰’, ‘푸른 날개’, ‘선운사 까치밥’, ‘청령포 관음송’, ‘마지막 일기’, ‘화요장터‘ 등 대부분의 시들은 작가가 직접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스스로 삶을 바꿔가면서 내비친 진솔함이 배어난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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