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로 입양된지 40년만에 가족을찾아 한국에 온 박모씨(왼쪽 3번째)가 둔산경찰서의 도움으로 형(오른쪽 2번째)을 만났다. 대전 둔산경찰서 제공  
 
"수십년 간 희미한 기억 속에만 있던 가족을 만나니 꿈만 같습니다"

40여년 전 네덜란드로 입양됐던 한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헤어진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14일 대전둔산경찰서에 따르면 네덜란드인 박모(42) 씨는 지난달 17일 사회복지법인 대전 벧엘원 측과 함께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박 씨는 1969년 태어나 2년 뒤인 1971년 네덜란드로 입양됐으며 당시 '큰아버지' 이름과 대전 대덕구에 거주했다는 희미한 기억을 갖고, 40여년 전 입양기관이던 벧엘원을 찾아 가족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박 씨의 사연을 접수한 둔산경찰서는 박 씨로부터 큰아버지의 나이가 80세에서 82세로 추정된다는 얘기를 듣고 내부전산망을 조회, 9명의 대상자를 찾았다.

경찰은 사망자를 제외한 6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했으나 입양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박 씨의 가족 찾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수차례에 걸친 탐문을 벌여 대덕구에 거주하고 있는 형 박모(58) 씨의 동생이 오래 전 해외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확인결과, 박 씨가 '큰아버지'로 기억하던 사람은 친아버지였고, 박 씨의 기억과 달리 나이도 89세로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한 달여 만의 추적 끝에 친형을 찾은 박 씨는 지난 13일 둔산경찰서 민원실에서 40년 만에 극적인 재회를 했다. 박 씨는 입양 당시 낡은 여권사진을 꺼냈고, 형 역시 가지고 있던 동생사진을 보여주며 형제임을 확인한 둘은 부둥켜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박 씨는 "다시 찾은 고국에서 헤어졌던 가족을 찾도록 도와주신 경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나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헤어진 가족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찾기 위해 40년 전 떠났던 한국 땅을 밟은 박 씨는 소중한 추억을 담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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