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청주시가 지난 2007년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주야구장 시설개선사업을 실시했지만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적은 비에도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주 야구장 전경.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한화이글스가 제2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청주야구장이 아닌 한밭야구장에서 경기 전 훈련을 한 이유는 전날인 10일 청주지역에 내린 21㎜의 비때문. 이 비로 10일 경기는 취소 됐지만 비의 여파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천연잔디로 조성된 청주야구장의 배수에 문제가 있어 다음날까지 훈련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같은 사정은 프로경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천연기가 불가능한 아마추어 야구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주자가 달리는 루와 루 사이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을 내 운동장을 말리는 웃지 못 할 일도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운동장의 배수뿐이 아니다. 청주야구장의 더그아웃은 프로팀은 물론 아마추어팀이 사용하기에도 턱없이 좁다. 한화이글스가 청주에서 유독 높은 승률을 기록 중임에도 선수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청주시가 50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개선사업을 실시했음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있다.
청주시는 지난 2007년 국비 15억 원, 도비 17억 5000만 원, 시비 17억 5000만 원 등 총 5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주야구장 시설개선사업을 실시했다. 주요사업내용은 홈플레이트에서 백네트까지의 거리를 늘리고 본부석을 증축했으며, 관람석을 등받이의자로 교체함과 동시에 그 수도 1만 500석에서 7400석으로 줄였다. 또 VIP실, 방송실, 심판실, 선수대기실, 샤워장, 식당, 매점 등을 설치하고 본부석 외벽을 도자타일로 정비했다. 이밖에도 설비, 전기, 소방, 통신분야에 대한 공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부분에 대한 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객이 전도된 예산집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주야구장은 천연잔디로 이뤄져 있지만 준공 후 27년이 경과되며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적은 비에도 경기를 할 수 없다. 잔디상태도 좋지 않아 불규칙바운드가 속출하거나 선수들의 부상위험도 높다.
결국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청주야구장은 겉보기에는 깔끔하게 정비됐지만 경기는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절름발이 구장이 됐다.
충북도야구협회관계자는 “VIP실이나 관람석 등 편의시설도 중요하지만 모든 경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시설”이라며 “명색이 프로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이라는 사실이 민망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청주야구장을 천연잔디에서 인조잔디구장으로 개조하는데 1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2007년 시설개선사업 당시 예산이 부족해 실행하지 못했지만 예산이 확보되는 데로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