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보다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의 출현에 직지를 지역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청주시가 연일 뒤숭숭하다.

가칭 '증도가자'(證道歌子)로 불리는 이 금속활자에 대해 시는 진품으로 최종 확인된다 하더라도 직지의 위상하락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직지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여론은 그동안 시가 고집해온 일명 '직지 우상화 정책'의 맹목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으로 직지정책의 재정립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직지' 위상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에 공개된 '증도가자'는 직지를 인쇄한 활자 '흥덕사자' 보다 138년 앞서 새겨진 금속활자라는게 경북대 남권희(54·문헌학·한국서지학회 회장) 교수의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직지와 마찬가지로 '증도가자'도 세계유산에 기록된 공산이 크다. '흥덕사자'의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인쇄본도 상·하권 중 하권만 프랑스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청주시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금속활자로 제작한 인쇄물인 '직지'와 금속활자인 '증도가자'는 서로 다른 역사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각각의 가치가 하락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후대의 것이 되는 '직지'의 위상이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주장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로 공인되면 금속활자에 대한 국사교과서 관련 기술은 물론 세계 인쇄술의 역사에서 직지는 '2인자'로 물러나게 된다.

특히 금속활자 발견으로 금속활자본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위상도 불안정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맹목적인 청주시 '직지 우상화 정책'

'증도가자'의 출현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그동안 이뤄졌던 청주시의 직지관련 정책의 재검토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여 년 가까이 진행돼온 청주시의 일명 '직지 우상화 정책'은 직지축제를 비롯한 직지관련 행사의 봇물과 온갖 행사명에 앞다퉈 '직지'를 사용케 했다. 또한 시가 제작한 건축물과 조형물은 빠짐없이 '직지' 일색이다. 이에 쏟아 부은 예산은 가늠키 조차 어렵다.

이 때문에 직지 보다 앞선 인쇄물의 출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지'만을 필두에 세운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발견된 '증도가자'에 대한 기록은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권말에 남겨져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1239년 당시 무신정부 제1인자였던 최이가 각공들을 시켜 더 이상 전해지지 않는 금속활자판 '증도가'를 목판으로 복각해서 찍어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목판본 '증도가'보다 앞서 금속활자본 '증도가'가 제작돼 유통된 것을 의미한다.

결국 그 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금속활자의 발견만으로도 위협받고 있는 직지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만약 금속활자본이 발견된다면 청주시의 '올인성' 직지정책이 헛수고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지역인사는 "증도가자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의 직지관련 정책을 좀 더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이제는 직지의 도시 청주가 아닌 인쇄문화의 고장 청주로 변모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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