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고령의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을 놓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본보 8월 20일자 3면 보도>지난해 초 청주지법에서 판결한 지적장애 소녀를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패륜 일가족'의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법조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충북장애인부모회와 충북여성장애인연대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장차연)는 2일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청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명 '노예 할아버지'로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한 무죄판결을 성토했다.

장차연은 “한 인간을 약 25년 동안 노동력의 댓가 없이 논과 밭일을 시키며 차고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살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법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판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적 해석과 적용을 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가해자의 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장차연은 “가해자는 친분이 있는 지인들을 동원해 ‘거둬 먹여준 은공도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지적장애인을 몰았고 피해자를 옹호할 증인은 한명도 없었다”며 “동네 한 할머니는 가해자 측에서 찾아와 위협하고 난동을 부려 알고 있는 사실들을 털어 놓기 어려워했다”고 폭로해 사실여부에 따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차연은 “재판을 지켜보며 청주지법이 지적장애인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았다”며 “사회의 어두운 곳을 챙길 줄 아는 판사와 민중의 방패가 되는 법, 시대의 요구를 읽어낼 줄 아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청주지법에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가해자 엄중 처벌, 정부에 지적장애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스템 구축, 대법원에 전국 법원의 판검사와 직원에 대한 장애인권 교육 의무화 등을 각각 요구했다.

판결 이후 누리꾼들도 나서서 판사를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등 비난의 글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앞서 청주지법은 지난달 18일 고령의 지적장애인에게 농사일을 시키고 썩은 음식을 주는 등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7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적장애인 A 씨에게 농사일을 시키고 난방이 되지 않고 조명시설도 없는 차고에서 잠을 재우며 썩은 음식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무죄판결 이후 즉각 항소해 조만간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은 '차고에 사는 노예 할아버지'가 학대당했다는 TV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불거졌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법원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되지만 국민들의 법감정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장애인과 관련된 사건이다보니 지난해 일어난 '패륜 일가족'의 집행유예 판결에 따른 시민단체의 반발이 재현돼 걱정이다"고 전했다. 하성진·심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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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공개한 청주지법 판결문 요지

“방송국 촬영물은 2009년 3월경의 3~4주 동안의 내용으로 그 기간에 있었던 사실만을 보여 줄 뿐인데,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일시는 2008년 8월 초순경부터 2009년 4월 하순경까지로 돼 있어 위 공소사실에 기재된 전체 기간 동안에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했다거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학대했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지 못하였다.

또한 피해자의 생활과정을 알고 있는 이웃 주민들을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했으나, 이들은 피해자가 자유롭게 일을 했고,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기도 했다고 증언했으며, 피해자의 거처에서 썩은 음식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가 수시로 갖다준 음식이 제대로 보관되지 못해 부패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해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해 형법상 학대에 이를 정도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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