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서산시 인지면 송림공원의 나무 수백그루가 부러지거나 쓰러져 있다. 서산=박계교 기자
태풍 곤파스가 쓸고간 2일 아침 서산시의 시설채소단지인 해미면 억대리.

구본웅(60·해미면 억대리 이장) 씨는 마치 무엇인가가 눌러 놓은 것 같이 주저 앉은 비닐하우스를 보면서 그만 넋을 잃었다.

20여 년 전 그렇게 많은 눈이 내렸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하룻밤새 달라진 말도 안 되는 현실 앞에 구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구 씨의 비닐하우스를 비롯해 해미면 억대리와 전천리, 응평리 등 이 일대 시설채소단지 100㏊의 비닐하우스가 곤파스의 위력에 힘없이 모조리 쓰러졌다.

당장 수확을 앞 둔 배추며, 무, 부추 등 가을 김장채소의 수확은 사실상 끝이 났다.

구 씨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지금으로 봐서는 수확은 고사하고 복구하는 것도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2시 30분경부터 서산에 불어 닥친 곤파스는 빠져나가기까지 채 2시간이 안 되는 시간동안 시민들에게 잠 못드는 불안한 밤으로 만들었다.

서산시내 아파트에 사는 시민들은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소리에다 곳곳에서 들리는 유리 깨지는 소리까지 더해지면서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농촌지역에서도 지붕이 날아가고 인근 야산의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박 모(66·서산시 읍내동) 씨는 “바람 소리도 바람 소리지만 다른 집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너무 커 불안했고, 혹시 우리집 유리창도 깨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밤을 보냈다”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이렇게 서산시내 곳곳의 아파트단지마다 적게는 수채에서 많게는 수 십채에서 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가 났고, 단지 내 조경수가 쓰러지거나 부러지고, 벽이 부서지면서 주차된 차량을 덮쳐 파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오전 4시경부터 서산지역 6만 3000여 가구 중 4만 4000여 가구가 정전으로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이 아침 출근길 큰 불편을 겪었으며, 시내 곳곳의 교통신호기도 정전으로 꺼지거나 파손돼 차량이 뒤엉켜 일부 교통대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시내 곳곳도 성한 곳이 없어 많은 상점의 간판이 떨어지고, 주택의 지붕이 날아갔는가 하면 가로수가 뽑히거나 부러져 도로를 막았고 외곽도로변 전신주도 맥없이 쓰러져 있었다.

서산시 인지면 송림공원 등 도로변 곳곳의 야산에서 적게는 수백그루에서 많게는 수천그루씩 뽑히거나 부러지는 등 하얀 속살을 드러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폭설과 폭우, 태풍 등 그렇게 많은 자연재해 속에서도 서산만은 안전하다고 자평하던 시민들도 하루 아침에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보면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부지런히 복구의 손을 놀리고 있다.

서산=박계교 기자 antisof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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