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까지 일하면 밀린 수업료 40만 원을 낼 수 있어요.”

지난달까지 4분기 수업료를 내지 못한 기초생활수급대상 세대 자녀 김 모(18) 군은 학비 마련을 위해 이달부터 방과 후 포장마차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군이 포장마차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동사무소에서 나온 학자금을 이미 생활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방과 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고된 일을 하고 일당 2만 원을 받는 김 군은 “아르바이트로 기말고사 준비를 전혀 못했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수업료를 내지 못해 학교가 아닌 사회로 나와 일거리를 찾거나 실제 일을 하는 기초생활수급 세대 자녀들이 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세대들이 나날이 가중되는 가계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한 학자금을 생계비로 이미 사용해버려 자녀들이 수업료를 벌기 위해 일터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초생활수급대상 세대 자녀 서 모(19) 군은 지난달 수능 시험을 마치고 대전시 중구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수업료를 이미 사용한 터라 내년 2월 졸업을 위해서는 밀린 수업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 군은 “부모님께 수업료를 달라고 할 형편도 아니다”며 “수능을 마치고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아들이 죽고 이어진 며느리의 가출로 손녀 둘을 책임지고 있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임 모(70·여) 씨는 얼마 전 중풍이 와서 병석에 누워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임 씨의 약 값을 대기 위해 손녀들이 수업료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손녀들을 위해서는 내가 얼른 죽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죽고나면 손녀들이 고아가 되는 것이 걱정이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수업료를 미납해 학업을 뒷전으로 하고 일자리를 찾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대전시 한 학교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학생들이 수업료를 미납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들에게 학교 차원에서 지도와 상담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업료를 내지 못한 학생들 중 대다수는 부모가 무책임한 경우”라며 “학교와 가정은 물론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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