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상 가을인 9월로 접어들었지만 폭염에 이은 폭우가 쏟아지는 지루한 장마와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과 장마에 이은 게릴라성 폭우 등 변덕스러운 날씨는 농작물 생육 이상으로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올 봄 이상한파 등에 따른 일조량 부족으로 홍역을 치른 농가들의 고통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최근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로 가중되는 양상이다.

청주기상대는 이달 상순까지 널뛰는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날씨 불안정, 농가 직격탄, 채소가격 오름세=음성군의 한 사과농장. 곧 있으면 수확기에 들어서지만 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올 봄 이상한파 등 냉해로 사과가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만 달린데다 올 여름 폭염에 이은 태풍 ‘톈무’의 영향과 잦은 비, 집중호우까지 반복되는 이상기후로 사과가 예전처럼 크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이 들어 색깔이 변해버린 사과도 태반이다.

오이를 재배하는 충북 진천의 한 시설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릴라성 폭우로 하우스에 물이 스며들면서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이 생육장애까지 입은데다 폭염과 잦은 비로 열매조차 맺히지 않은 것이 다반사다.

하우스 관계자는 “폭염 때는 하우스 내부 온도가 한 낮에 40도를 넘어서 차광막을 쳤지만 곧 폭우가 오더라”며 “올 농사는 망쳤다”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가의 시름은 얼마남지 않은 추석의 과일, 채소가격 오름세로 이어지고 있다.

농산물유통공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평균 포기 당 2877원이었던 배추 가격은 현재 4135원까지 올랐고 지난해 8월 1만 2396원에 거래되던 수박 한 통의 가격은 현재 2만 원을 넘어섰다.

무와 상추도 두 배 이상 급등해 개 당 2500원과 ㎏당 1만 5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담배와 고추 등 밭 작물도 작황이 부진해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이 두 작물은 냉해 피해를 입은 데다 수확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쳐 고추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철없는 날씨, 이달 상순까지 계속=청주기상대에 따르면 당분간 제7호 태풍 곤파스와 기압골, 대기 불안정에 의해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기상대는 이같은 날씨가 9월 상순까지 이어져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으로 인해 고온 현상이 나타날 때가 있고 대기 불안정에 의해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대 관계자는 “폭염에 이어 올 여름 늦게까지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수분이 한기와 만나 비구름이 발생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며 “9월 중순은 돼야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돼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널뛰기 날씨의 빈도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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