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일부 기초생활수급 세대에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자녀 학자금마저 생계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대전시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세대 중 고교생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최저생계비 기준에 의거해 분기별로 수업료와 교재비, 학용품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대전지역 내에 이 같은 지원을 받는 고교생은 9283명이고 이들에게 지원하는 교육비 예산은 총 59억 9800만 원이다.

올해 초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빚더미에 앉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된 A(17) 군은 "학교에서 미납된 수업료를 내라고 한다"며 "매일같이 술만 마시는 아버지한테 말하면 몽둥이부터 날아온다"고 하소연했다.

10년 전부터 동생과 함께 할머니 손에 자란 기초생활수급자 B(18·여) 양은 할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동사무소에서 입금된 고등학교 수업료를 할머니 약 값으로 사용했다.

B 양은 “할머니가 고물을 줍고 다니며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벌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없어졌다”며 “학교 수업료보다 할머니 건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일부 학교는 동사무소에 요청해 수업료를 학교계좌로 직접 받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한 고등학교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세대 학생의 수업료 미납이 늘어나자 지난해부터 동사무소에 요청해 해당 학생 전원에 대한 수업료를 학교 계좌로 받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미납된 수업료를 받지 못해 동문회나 다른 학부모들이 대신 내 준 일도 많다"며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방법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한 구청 관계자는 “교육비 지원금을 생계비로 전용해 사용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은 5~10% 정도고, 이 수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수업료를 학교로 직접 지급하면 그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라고 낙인찍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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