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29일 ‘무신불립(無信不立)’이지만 ‘백의종군’하겠다는 말로 사퇴의 변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8일 후보자 지명 당시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겠다”면서 화려하게 정치 전면에 부상했던 김 후보자가 21일 만에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져 나온 각종 의혹으로 인한 신뢰 상실과 이로 인해 겪게 될 이명박 정부의 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정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한 결정적인 흠결은 박연차 전 태광그룹 회장과의 인연이었다.

그는 24일 청문회에서는 2007년 이전에는 일면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다음 날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집요한 추궁에 "2006년 가을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고 말을 바꿨다.

여기에 청문회 이후인 지난 27일 공개된 2006년 2월 박연차 전 회장과 나란히 찍은 출판기념회 사진은 사퇴 결심의 결정타였다.

‘양파 총리’라면서 사퇴를 요구했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조차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이 김 후보자를 안고 갈 경우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자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면서 김 후보자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아울러 김 후보자의 향후 입지와 관련해서도 이런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 추이 등을 볼 때 별다른 타개책이 없는 상황에서 버티기에 들어갈 경우 상처만 깊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격적인 총리 후보직 사퇴를 통해 상처를 최소화하며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비춰 볼 때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김 후보자 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가 ‘명예회복’ 차원에서라도 차기 총선에 뛰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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