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회의원을 단 한번만 해도 매달 120여만 원씩 평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각계각층에서 국회를 질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국회는 지난 2월 25일 본회의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의 운영 및 65세 이상의 연로회원 지원 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는 연로회원들의 최소 생활보장과 품위유지를 위해 지난 1988년부터 국고 지원을 받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번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급해온 지원금을 법제화시킨 것이다.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책정되는 지원금액은 헌정회의 '연로회원에 대한 지원금 지급 규정'에 위임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120만 원으로 돼 있다.

지원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자나 금고 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자, 징계에 의해 제명을 받은 자 등에게는 물론 재산 규모와 상관없이 사망시까지 계속 지급된다.

이 개정안은 앞서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91명 중 찬성 187명, 반대 2명, 기권 2명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 등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 '혈세가 아깝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며,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가에서조차 빈축을 사고 있다.

아이디가 ‘park’인 누리꾼은 ‘날강도가 따로 없네’라는 제목의 댓글을 통해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남의 밥그릇까지 빼앗는 것이다. 이게 바로 국민들의 세금을 도둑질한 게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이냐”면서 “찬성한 의원들 명단을 공개해 다음 선거 때 낙선운동을 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아이디 ‘py10’은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공직자들의 작태가 한스럽더니 국회가 뭘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망나니들이 모여 쥐꼬리 잘라먹듯이 국민세금을 야금야금 도둑질 하고 있다”며 쓴 소리를 했다.

도내 각계각층의 반응도 매우 부정적이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국민적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몰래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한민국 국회가 얼마나 떳떳하지 못하고 비겁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학생들의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시행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데, 국회의원들은 노후보장을 위해 몰래 정부예산을 빼먹는데만 몰두하는 등 전형적인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의원들은 얼마되지 않는 의정비까지 동결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모범이 돼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노후보장에만 신경쓰는 것은 국민은 물론 자신들이 공천하는 지방의원들에게도 낯부끄러운 일”이라며 “국회의원들은 지금도 많은 권한을 누리고 있는데 국민들의 눈높이를 생각할 때 이번 결정은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 김석만 씨(45)는 "120만 원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급이나 서민들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면서 "이번 법안통과는 서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이 앞에서만 친서민을 외칠 뿐 뒤로는 자기주머니 챙기기에만 급급한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