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림전문가들의 관심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황폐되다시피했던 산림을 최단시간 녹화한 저력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지구촌 산림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총회)’가 23일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IUFRO’는 120여 년의 역사를 지난 산림분야 최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처럼 큰 규모의 산림관련 행사가 국내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산림분야에 있어 두드러진 성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IUFRO총회 유치, 대한민국 주도의 국제기구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출범, 개발도상국 해외조림 등 산림외교를 통한 국격 향상,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참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기에 도시숲, 치유의 숲, 산림바이오매스, 산림자원을 이용한 휴테크 인프라 조성 등 산림자원을 국민의 행복의 질 향상에 기여토록 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 같은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광수 산림청장은 “치산녹화에서는 성공했지만 이같은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잘 잡는 것이 앞으로 산림행정의 커다란 과제이다”면서 “산림은 국토의 얼굴이자 상징인만큼 오지의 산림, 가시권의 산림 등 산림의 역할에 맞게 잘 가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행복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구촌 녹색축제 ‘IUFRO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뛰고 있는 정광수 산림청장을 만나 IUFRO총회의 국내 개최 의미와, 앞으로의 산림정책방향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대담=이종원 편집부국장

   
▲ 정광수 산림청장은 “오늘부터 열리는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총회)’는 산림과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전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총회가 대한민국을 산림과 환경 분야의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오늘부터 지구촌 최대 녹색축제인 ‘세계산림과학대회(IUFRO총회)’가 열린다. IUFRO총회의 개최 의미와 주요내용 소개해 달라.

“쉽게 말해 IUFRO는 ‘지구촌 산림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산림과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서로 공유하고 전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총회는 '사회와 환경,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위한 산림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세계 주요국가의 각료급 인사 등 3000여 명이 참석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촌이 직면한 위기를 산림의 가치를 활용해 극복하는 대안(2100여 편의 논문)들이 제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다.”

-국토의 64%가 산림이지만 6·25전쟁 등 역사적 아픔으로 국토가 황폐화 됐었다.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는데 그런 우리나라에서 이번 총회를 여는 것 또한 특별한 의미로 여겨지고 있다.

“질문에서와 같이 지난 35년 간 이룩한 산림녹화의 성과와 눈부신 경제 발전이 총회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총회가 대한민국을 산림과 환경 분야의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어떤 사항들이 논의되나.

“황사저감, 북한 산림 황폐지 복구, 사막화 방지 등 동북아시아의 산림현안이 논의된다. 주제별 학술발표 외에도 세계적인 석학들의 특별강연도 접할 수 있다. 특히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과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가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산림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고은 시인은 산림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또 참가자 전원이 참여하는 학술답사(In-Congress Tour)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는데 총회 참석자들은 8개 코스로 구성된 학술답사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유구한 전통문화 그리고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되고 있는 산림관리 기술과 정책 등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지난 임기를 돌아본다면.

“지난해 1월 임용됐으니 1년 7개월 됐다. 취임할 때 약속한 게 임업인을 섬기고 어려운 일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문임업임 육성자금 세제개선, 등 주요현안문제를 거의 해결했다. 녹색 일자리 창출을 통해 6만 3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사업에 참여했던 어떤 분이 고맙다면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도 했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국민들이 행복해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산림사업 측면만 보면 치산녹화 이후 약간은 방향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장식적인 일에 치중한 경향도 없지 않다. 치산녹화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정책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인데 이를 위해서는 산림의 역할에 맞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산림은 국토의 얼굴이자 상징인만큼 오지의 산림, 가시권의 산림 등 산림의 역할에 맞게 잘 가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행복하고 자부심을 갖게 하겠다.”

-주력하고 싶은 일은.

“태교를 산림에서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청년기 산림은 호연지기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고, 중장년기에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노년기에는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 된다. 산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산림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 경제적인 자원에 머물지 않고, 국민 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도록 남은 임기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이른바 ‘산림외교’가 국가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의 ‘조림사업’이나 목재자원 확보를 위한 ‘산림외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산림청에서는 2050년까지 100만ha의 해외조림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해외조림면적은 11개국 21만ha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솔로몬 등지의 해외 조림목이 벌채되어 지난 2002년부터 국내 목재공장에 공급되고 있다. 개도국 지원은 물론, 안정적인 목재자원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의 역할과 의미 그리고 추진상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산림분야의 협력증진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녹색성장과 기후변화에 보다 잘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2011년 기구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의 설립을 제안했고, 아세안 정상들이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부터 가시화됐다. 회의 및 논의 중심의 국제기구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및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구라는 점에서 그 역할 및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사막화 면적이나 피해 인구수면에서 사막화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가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인데 유엔사막화방지총회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 이 회의가 열리기는 처음 아닌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은 사막화를 겪고 있는 국가에 대한 국제지원을 통해 사막화를 방지하고, 가뭄피해를 완화하자는 취지로 열린다. 이미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막화는 100개국 10억 명이 넘는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막화문제는 국제적으로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내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UNCCD총회를 개최한다. IUFRO총회와 더불어 우리의 우수한 산림녹화기술과 노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숲가꾸기를 확대하고 숲에서 나오는 산물을 바이오에너지용으로 공급한다고 들었다.

“현재 기준 가꿔야 할 30년생 이하의 산림은 전체 산림의 59% 정도이다. 울창하게 녹화된 산림은 경제·환경 등 공익적 가치가 크다. 특히 숲 가꾸기를 통해 수집된 산물들을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이용하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산림청에서는 산림바이오매스 이용·확대를 위해 2008년 여주목재유통센터를 시작으로, 2009년 4개소, 2010년 8개소의 목재펠릿 제조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생산된 목재펠릿을 판매 중이다. 올해에는 농·산촌 난방대체를 위해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8월 현재, 전국에 약 6000대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각종 개발로 인해 산림훼손면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훼손된 산림에 대한 복원 대책은 무엇인가.


“산지가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국토의 여건상 사회기반시설 등을 위해 필요한 부지는 일정 부분 산지에서 공급할수밖에 없다. 또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입지(공장건설) 규제를 완화하고, 골프장, 택지조성 등의 개발수요가 증가하면서 산지전용면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용도별 전용면적(2002~2009년 평균)을 보면 공장용지가 1601ha(15.8%)로 가장 많고 택지 1517ha(15.0%), 도로 1397ha(13.8%), 골프장 1171ha(11.6%), 농경지 514ha(5.1%) 순이다.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산시설(공장 등)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으로봐야 하지만 골프장이 포화상태인데 더 느는 것은 고려해봐야 한다. 골프장에 특정해서 전용을 엄격하게 하는 입법 안을 추진중이다.

-여름철에 휴양수요가 많아 준비에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한편으로 장마철 산사태 등 산림피해도 우려된다. 여름철 산림분야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궁금하다.

“국지적 게릴라성 호우로 산사태 발생면적이 2000년대 들어 3.1배나 증가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폭우로 산사태와 같은 산림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림청은 매년 '여름철 산림재해 예방·복구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휴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여름철에 막상 휴양림 등을 이용하려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이용하기가 힘들다. 휴양림 추가 조성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여가시간의 확대되고 웰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야외 휴양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산림청에서도 급증하는 휴양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숙박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산림휴양 수요에 맞춰 지속적으로 산림휴양 시설을 확충함은 물론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또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치유의 숲 등을 2012년까지 각각 175개소, 176개소, 6개소로 늘리겠다.”

-숲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점이 많다. 특히 숲의 치유기능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산림청에서도 '치유의 숲'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 61.1%가 산림치유에 대해 알고 있고, 이중 81.5%는 ‘산림치유가 효과가 있다’고 인식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산림청에서는 이와 같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치유의 숲’을 조성·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장성(편백숲)과 횡성(숲체원)에 ‘치유의 숲’을 추가로 조성해 연내개장할 예정이다. 또 2014년까지 경북 영주·예천에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관리에 있어 지자체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지자체와의 호흡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산림청의 고객은 국민이다. 또 산림정책에 관련된 임업인과 지방자치단체, 유관단체, 학계 등이 주요 파트너 고객이다. 이중 지방자치단체는 산림정책의 수립·집행하는데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핵심 고객으로 업무 유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전국 산림관계관회의, 시장군수 연찬회 등을 통해 자치단체장이 산림정책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 산림정책이 지방산림청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공직자로서 철학이 있다면.

“공직자에게는 기본 덕목이 있다. 성실함, 책임감, 청렴 등이 그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기본이 흔들리는 공직자에게 국민들은 절대로 관대하지 않다. 아울러 능력있는 공직자란 문제의식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능력 말이다. 문제의식을 갖으면 불합리한 것이 보이고 분노하게 되며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다.”

정리=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사진=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정광수 산림청장은

△1953년 강원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농과대학 임학과(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임학과(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농학박사)
△1979 제15회 기술고시 합격
△1981 산림청 임정과, 경영계획과, 조림과
△1991 산림청 이용과장
△1994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 임무관
△1997 임업정책국 국제협력과장
△1998 임업연수원장
△2000 산림청 임업정책국장
△2005 산림청 산림자원국장
△2006 국립산림과학원장
△2008 산림청 차장
△2009 산림청장
△1988 우수공무원(국무총리)
△2001 홍조근정훈장
△저서:춘추전국의 지혜(2006·도서출판 글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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