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SBS 시사프로그램 긴급출동 SOS24를 통해 고령의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게 청주지법이 무죄를 선고한 판결에 대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SBS제공  
 
고령의 지적장애인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일명 ‘노예 할아버지’로 알려지며 사회를 충격 속에 빠트린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SBS 시사프로그램 '긴급출동 SOS24'가 '차고에 사는 노예'편을 통해 지적장애인인 이모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방송은 이 씨가 한 겨울에도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에 스티로폼을 깐 채 생활해 왔으며, 부패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최악의 환경에서 지내 왔다고 했다.

방영 후 지역에서는 이 씨를 학대한 A 씨가 충북도 간부 공무원 출신인데다 재력가로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가 거셌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 A 씨를 학대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검찰도 지난 7월 11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청주지법은 판결문에서 "이 씨의 거처에서 썩은 음식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피고인이 수시로 갖다준 음식이 제대로 보관되지 못해 부패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종합해볼 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형법상 학대에 이를 정도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 씨가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이 씨에게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정신적으로 차별대우를 하는 행위를 했다거나 이 씨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를 넘어 유기에 준할 정도의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판사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등 비난의 글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steveko’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인데 그러한 판결을 내렸다니 한심하다. 법률업무를 하는 내가 봐도 사실판단과 법리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가 ‘sb_gong’인 누리꾼은 “차라리 판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날듯 싶다. 돈 안주고 일시키는 게 착취고, 난방도 안되고 불도 안들어 오는 곳에서 지내게 한 것이 학대인데, 인권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판사가 판결을 잘못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psk3913’는 "‘자유롭게 일을 했고, 일을 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 했다’니 판사는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노예는 발목에 쇠사슬을 차고 일을 해야 하나. 자유롭게 일은 어떻게 하는거냐”고 비난했다.

인권단체의 반발조짐도 보이고 있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무죄판결이 내려진 뒤 당황스러웠다”면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협의를 끝낸 뒤 판결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자칫 지난해 초 청주지법에서 판결한 지적장애 소녀를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패륜 일가족'의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법조인은 “법원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해서는 안되지만 국민들의 법감정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장애인과 관련된 사건이다보니 지난해 일어난 ‘패륜 일가족’의 집행유예 판결에 따른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청주지법은 지난 2008년 11월 수년간 지적장애 소녀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조부 등 일가족 4명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후 누리꾼들이 담당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고, 시민단체들도 규탄대회를 여는 등 파장이 일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패륜 일가족' 4명 중 3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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