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수혜자인 이 모(62·대전 유성구) 씨는 요즘 취업을 미루고 있다. 전에 다니던 직장과 구직활동을 했던 곳에서 ‘일할 수 있느냐’라는 제의를 종종 받지만 ‘그럴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다. 실업급여 혜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씨는 “한 달에 받는 실업급여가 전 직장 급여보다 적지만 출근 안 하고, 시간 여유가 생기는 것 등을 감안할 때 일하는 것보다 낫다”며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동안에는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주부 박 모(44·대전 동구) 씨는 올해만 벌써 두 번이나 직장을 바꿨다. 또 현재 하고 있는 음식점 서빙일도 조만간 그만 둘 계획이다.

남편의 급여로는 생활하기가 빠듯해 시작한 일이지만 하는 일에 비해 급여가 적고, 일이 끝나는 시간도 오후 10시가 넘는 늦은 저녁이어서 하는 일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일터를 자주 바꾸는 이른바 ‘취업 유목민’이 늘면서, 음식점 등 지역 영세 자영업자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이 손에 익을 때 쯤이면 그만 두고, 퇴직하면서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

한 요식업체의 대표는 “입·퇴사가 잦아지면서 고객 서비스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일자리 마련과 근로조건 개선, 실업급여 수령만을 위한 이직 방지 등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