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비례대표 당선자에 한해 선거보전비를 ‘특별당비’ 명목으로 정당에 귀속시키려하자 해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공천이 확정되거나 선거에 당선됐을 때 당에 내는 특별당비 혹은 후원금 명목의 돈의 성격을 놓고 사실상의 ‘공천헌금성’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일부 의원 등에 따르면 도당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26명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이중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모두 5명이 당선됐다.

비례대표 후보들은 선거 전 도당과 각 시·군 정당선거사무소에 법정선거비용(광역의원 1억 3000만 원·기초의원 4100만~7500만 원) 내에서 각각 선거운동 자금을 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자와 유효투표 총수 15%이상을 득표한 후보는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고, 정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당선인을 내면 선거비용을 보전받게 된다.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까지 선거비보전 청구자 450명(정당포함)에 대해 비용을 보전해줬다. 선관위의 선거비용 보전을 놓고 한나라당 충북도당과 일부 의원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한나라당은 선관위로부터 보전받는 비용을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특별당비’명목으로 도당에 귀속시키기로 결정, 해당 의원들에게 선거비용이 아닌 ‘특별당비’로 표기한 영수증까지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결정에 일부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선거비보전비를 모두 돌려달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선거비용 명목으로 낸 돈을 왜 (도당이) 특별당비로 둔갑시켜 돌려주지 않으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일부 의원들과 상의한 결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해 당에 반환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선거비보전금액을 놓고 둘러싼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내홍으로 그동안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여전히 물밑으로 오고 갔던 ‘특별당비’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의원들의 기부금을 합법적인 당비로 처리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거의 정치관행인 '공천헌금'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비로 기탁할지 여부는 의원들의 권한인데도 한나라당이 아무 협의없이 당비 영수증을 발행하는 등 사실상 기탁을 종용했다는 점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한 의원은 “비례대표로 당선됐어도 선거비용을 당에 헌금한다면 ‘돈 써서 의원됐다’고 비쳐질 게 뻔하다”면서 “돈을 내면 내 명예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향후 후배의원들도 전철을 밟아야 하는 점을 고려해 돈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구 수 등에 따라 산정된 지역별 선거비용에 있어서도 형평성 결여를 주장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외부공개는 차치하고 의원들끼리만큼은 내역공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지역별로 다른 것은 알지만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사용내역에 있어서도 과연 도당에서 쓴 것인지, 개인이 착복한 것인지 의문점이 간다”며 “내부적만큼이라도 선거비용과 사용내역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도당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면서 당비외에 별다른 재원확보 방안이 없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비례대표의 경우 후보 개개인보다 당 간판을 통해 당선된 게 크기 때문에 당 운영협조를 구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부갈등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당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조만간 선거비용보전금을 의원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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