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년간 민선5기 청주시정이 나아갈 길을 가늠케 하는 출범 한 달이 지났다.

민선4기 동안 소통부재로 인한 독선행정에 불만이 컸던 청내 공무원들에게 합리적 행정을 추구하는 한범덕 시장의 행보는 큰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막상 첫 발을 내딛은 한 달간의 시정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소통행정으로 변화 모색

한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직원과 시민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해왔다.

이는 전임 남상우 시장의 소통부재로 인한 독선행정에 지쳐있었던 시청 안팎에 새로운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실제 한 시장은 지난달 10일 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시 산하 5급 이상 간부공무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부공무원 워크숍'을 갖고 조직 및 인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는 등 변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또 매주 1회 7급 이하 공무원들과 업무시작 전 아침식사 자리를 마련해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시민의 의견을 시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매달 1회씩 시장과 격의 없는 대화를 갖는 '열린 행정 구현을 위한 행복데이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첫 인사 '논공행상' 논란

이같은 소소한 행보 하나하나에서부터 변화를 기대케했던 한 시장은 막상 시정의 큰 틀을 결정짓게 하는 선택에 있어선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첫 인사의 '논공행상' 논란이다.

시는 지난달 12일 청내 행정직 서기관 전체 8자리 중 의회사무국장과 청주고인쇄박물관장 등 2자리를 제외한 6자리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함께 총무과장과 자치행정과장 등 주요 사무관 인사도 병행 실시했다.

당초 이번 인사는 전임시장 당시 능력은 고려되지 않은 채 승진이나 주요 보직을 차지한 일부 간부들과 6·2지방선거 과정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지나친 '줄서기'로 논란을 샀던 간부들이 인사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인사결과 선거과정에서 한 시장 측에 선 인사들은 인사특혜를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구태의연한 '논공행상' 인사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흥덕구 분구 일방적 추진

시의 일방적인 흥덕구 분구 추진도 소통을 강조해왔던 한 시장의 역부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 시장은 행정안전부를 방문해 흥덕구의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 현재의 체제로는 행정수요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흥덕구 분구를 건의했다.

그러나 시청 안팎에서는 지역 최대현안인 청주·청원통합이 되면 분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의 일방적 분구 추진은 지역정서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이같은 중대한 행정적 결정을 하면서 해당부서는 물론 해당부서 국장과도 전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들의 승진자리 보장과 증원을 위한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결국 상하간·부서간 소통부재가 청주·청원통합이라는 지역 최대현안을 뒷전으로 밀리게 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지역인사는 "첫 인사의 실패로 인한 행정의 난맥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한 시장에게 합리적 행정을 기대했던 공무원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실망감을 잠재우기 위해선 향후 시정 추진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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