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깨끗한 가로경관 조성을 위해 수십억 원을 들여 실시한 간판 정비사업이 획일화된 디자인 등으로 당초 사업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간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무분별하게 불법 입간판을 세우는 등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동구 자양로와 중구 문화예술의 거리, 목척교 주변, 서구 대덕대로 등 모두 32억 7000만 원을 들여 간판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 정비사업으로 목척교 주변 213곳, 자양로 100곳, 문화예술의 거리 115곳, 대덕대로 142곳, 대덕구 대청댐길 19곳의 업소 간판이 새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끝난 지역의 주변상인들은 오히려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손님 발길도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상점가 주변은 일부 업주들이 내놓은 수십여 개의 풍선형 입간판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사각의 간판 형태에서 글씨만 부각시키는 조각간판으로 설치되다 보니 야간은 LED 조명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대낮에는 시안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업주들의 말이다.

이 같은 이유는 자치구별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이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한 곳에서 간판 디자인과 제작을 하기 때문에 상점 특성 등을 살리지 못하는 데 있다.

게다가 최근 정비사업이 끝난 둔산동 타임월드 인근 계룡네거리에서 은하수네거리 구간은 건물주들의 반대로 일부 빌딩 간판이 개선이 안 돼 옥에 티로 남아있다.

또 다른 문제는 최초 정비사업이 추진된 후 몇 년간은 문제가 없지만 상점 폐업 후 신규 업소가 들어설 경우 예산지원이 없어 간판 비용문제로 종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 2004년과 2005년 사업이 끝난 서구 둔산동 영진햇님상가나 서구 갈마동 갈마그랜드프라자가 이와 같은 예다.

한 상점 주인은 "지저분했던 간판을 없앤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정비 후 상점 이름이 눈에 띄질 않아 근처에서 전화로 위치를 묻는 손님도 종종 있다"며 "개성을 살리지 못한 획일화된 디자인 때문인지 매출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목적이 깨끗한 거리문화 조성과 함께 상점별 개성을 살린 간판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는 것이지만 예산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차원의 다각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로경관 유지를 위한 시민과 업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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