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사장 홍문표) 공주지사는 계룡지, 우목지, 정안지를 비롯해 12개의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이 중규모의 저수지로 인근 벼농사 지역에 풍족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공주시 의당면에 위치한 중흥지는 유역면적이 920㏊이며, 만수시 면적은 23㏊이다. 1999년 준공된 중흥지는 싱그러운 청정지역으로 연중 부족함이 없는 수량을 확보하고 있다. 177만 톤의 저수량으로 공주시 의당면 일대 275㏊에 해당하는 농토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시내에서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중흥지는 딱보기에도 그리 크지 않은 저수지이다. 오히려 작다는 인상을 줄 정도이다. 하지만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 숨어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마치 두 개의 저수지가 사이좋게 어우러진 형태이다.

1999년 중소규모 저수지 축조계획에 따라 축조된 중흥지는 저수량이 가장 떨어지는 갈수기에도 풍족한 담수량을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의 저수지들이 1900년 초중반 일제강점기 당시 축조된 저수지라면 중흥지는 근래에 만들어진 ‘새내기 저수지’라고 부를 만큼 많은 연륜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중흥지의 품새는 충청도 사람을 닮았다. 우쭐하게 폼 잡지 않고, 인근 산과 들을 유연하게 품어주며 다소곳하게 존재한다. 한적하면서 잔잔한 것이 충청인의 성향을 닮았다.

중흥지는 순수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로 맑은 청정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물은 의당 뜰에 공급돼 인근 농경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천수답(天水畓)이었던 인근 농토는 중흥지가 축조되면서 농업용수 걱정을 덜게 됐다. 의당면 가산리, 용암리, 태산리 일대 200여 농가가 수혜를 받게 돼 물이 많이 필요한 이앙기와 수잉기 원활한 물 공급을 받게 됐다.

중흥지의 풍부한 담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세상은 참 우습다.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시쳇말로 ‘공짜’이고, 없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는 것은 돈을 지불한다. 그것도 아주 고액을 지불한다. 정작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물은 ‘공짜’이다. 흔히 세간에 회자되는 ‘물 쓰듯 한다’라는 표현은 물은 하잘것 없고 가치가 없다라는 관념이 깔린 것이다.

지금도 가정에서 수돗물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고, 인근 편의점에서 500원 주고 생수를 구입해도 사람들은 물을 ‘공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니 왠지 물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결국 의당 뜰의 짙푸른 옥토도 중흥지의 묵묵한 역할수행이 있어 가능하다. 저수지에게 또 한 번 미안해진다.

최근 중흥지는 저수지 둑 높임 사업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홍수 및 가뭄피해 예방과 수자원 확보, 재해예방, 하천생태계 보전 등의 복합적 효과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총 공사비 200억 원을 투자해 오는 10월 중 착공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완공되면 중흥지의 안정적인 농업 용수 공급과 하천 생태계 및 자연환경 보존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저수지 수변지역 자원을 활용해 문화, 체험, 관광, 레저 등과 결합시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농촌마을로 발전시킨다는 로드맵도 수립하고 있다.

저수지 주변은 이미 정안 인터체인지와 세종시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도 한창이다.

농어촌공사는 향후 이러한 편리한 교통망을 이용해 저수지 둘레에 수변도로를 만들어 새로운 관광명소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수변도로를 따라 여름철의 짙은 녹음 속에서 수풀 냄새와 미세한 물비린내를 맡고 걷는 것은 중흥지의 또 다른 매력으로 손꼽힐 것으로 보인다.

중흥지 상류에는 잔교식 접안좌대 124석과 수상 좌대 15동이 있는 낚시터가 운영되고 있다. 2000년에 낚시 제한구역에서 붕어, 잉어, 향어와 같은 어족들이 천적과 오염원 없는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나 이른바 숨겨진 ‘대물’들이 많다는 정보이다.

이와 함께 중흥지는 전형적인 시골 저수지의 순박함과 정겨움이 배어있어 낚시객들 사이에서 조용한 가운데서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중흥지 인근에는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어 살아있는 역사학습의 장으로도 활동되고 있다.

공주 석장리 유적은 남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구석기 유적지이다. 주먹도끼·밀개·찌르개 등 구석기 전기에서 후기에 이르는 유물이 출토됐다. 여기에 석장리 박물관이 설립돼 지역의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한 눈에 목격할 수 있다.

인근 의당면 수촌리 고분군은 청동기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주거지와 무덤이 확인된 유적지이다.

특히 백제시대 토광묘 2기, 횡혈식 석실분 2기, 횡구식 석실분 1기, 수혈식 석곽묘 1기 등 백제시대 분묘 6기가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유적이다.

또 691번 지방도를 타고 내려가면 장기면 산학리에 영평사가 위치하고 있다. 산사는 단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일상에 지친 관람객들을 정겹게 맞아준다. 영평사는 조선중기의 사찰 터로 알려졌지만, 최근 발견된 부도의 연대가 고려시대로 추정돼 철저한 고증과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렇게 중흥지 일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거주했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따금 중흥지에 올라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옛 이야기들이 하나 둘 씩 들려올 것만 같다.

글 =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사진 =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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