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무관심한 ‘과학도시 대전’이 그동안 지역에서 열리던 과학 행사마저 타 지방으로 떠나보내고 있다.

실제 그동안 매년 갑천에서 열리던 ‘인력선·솔라보트 대회(이하 인력선 대회)’의 개최지가 올해는 진해로 옮겨졌다.

인력선 대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조선공학이 발달한 세계 각국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참가자들은 저마다 인력만으로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해 첨단 소재와 선체구조, 가장 효율적인 동력 전달력은 갖춘 배를 제작해 기량을 겨룬다.

갑천 인력선 대회는 우리나라 유일의 관련 대회로, 지난 1999년부터 충남대와 한국해양연구원(이하 해양연), 대한조선학회 등이 공동으로 해마다 대전 엑스포 인근 갑천에서 개최했다.

그러나 주최측은 내달 14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올해 대회를 진해에서 가질 예정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회 장소인 갑천의 하천 정비 공사이지만, 속 사정은 대전시의 무관심 및 비협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대회 관계자는 “대전시는 지금까지 10회가 넘는 대회기간 동안 지난 2008년 대전 H2O 축제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대전의 우수한 지역 인프라를 연계하면 좋은 대회가 될텐데 타 지역에서 개최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이후 대회장 선정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인력선 대회에 우호적인 지역을 선택할 것이며, 다시 대전에서 개최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매년 대덕에서 개최하는 ‘항공우주과학 경진대회’ 역시 전국 단위의 대형 대회임에도 대전시의 협조는 거의 전무하다.

이 대회는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에 참가하는 인원만 1000명에 달해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를 유치하기 위해 항우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소재지인 대전시는 이에 무심한 모습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전국의 시도에서 항공우주과학 대회 유치를 원하며 각종 지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작 대전시는 장소 협조 등 기본적인 관심도 없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본원 소재지인 대전에서 개회하는 것을 고수하고 있지만, 다른 시도가 대회유치에 적극적이어서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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