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문을 여는 심야약국이 있다더니 도대체 어디를 가야 찾을 수 있는 겁니까?"

대한약사회가 심야와 공휴일에도 손쉽게 약을 살 수 있도록 시행한 심야응급약국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24시간 문을 여는 심야응급약국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구입 편의성 확대를 위해 기존 공휴일 당번 약국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여는 심야응급약국을 지난 19일부터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25개 구와 전국 15개 시·도에 24시간 운영하는 약국(레드마크) 51곳, 새벽 12시나 2시까지 운영하는 블루마크 약국 30곳 등 모두 81곳의 심야응급약국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애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24시간 문을 여는 심야응급약국(51곳)은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있고, 지방의 경우 대전, 인천, 광주 등 대도심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대전은 24시간 약국이 두 곳 운영 중이지만 대전역과 둔산동 백화점 인근에만 있어 타 지역 주민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전국에서 2만여 곳의 약국이 운영되는 것에 비하면 81곳의 심야응급약국 지정은 극히 저조한 수치다.

실제 주부 김모(35·대덕구 법동) 씨는 24시간 문을 여는 심야약국이 운영된다는 얘길 듣고, 새벽에 약을 사러 나갔다 낭패를 봤다.

김 씨는 "심야약국을 운영한다기에 나와 보니 문을 연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며 "150만 명이나 사는 대전에서 간단한 진통제나 소독약을 사는데 20~30분씩 차를 타고 나가야하는 것이 말이 되냐. 이런 식이라면 애초부터 운영한다는 얘기도 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이유는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따른 약국과 약사들의 인센티브 방안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제도 시행만을 서두른데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약국 관계자는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다고 해서 그만큼 손님이 늘어나거나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봉사차원에서 문을 열고 싶지만 밤새 근무하는 약사 인건비 등을 고려한다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대전지역 한 약사회 관계자도 "심야응급약국 운영시 이렇다 할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문 먼저 열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응급실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의 경우 일부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것처럼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참여약국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심야응급약국 제도 운영은 약사회 차원의 대국민 봉사가 목적"이라며 "6개월간 시범운영기간을 통해 추진상 문제점, 참여 약국 지원방안 등 심야약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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