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도 어렵게 붙었는데 영 자리가 안나네요.”

3년 전 농협 4급 시험에 합격한 뒤 여전히 과장 직함을 따내지 못한 A 씨는 매번 인사 때 마다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길 손꼽아 기다린다.

A 씨는 “그래도 나 같은 경우는 나은 편”이라며 “길게는 5년 이상 기다리는 분들도 있어 느긋하게 기다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농협 4급 승진시험에 합격하고도 순번을 기다리는 직원들이 대전·충남 지역에만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4급 승진시험은 ‘승진 고시’라고 불릴 만큼 경쟁률도 치열할 뿐 아니라 합격하기도 어렵기로 손꼽힌다.

농협 승진시험은 크게 ‘임용 고시’와 ‘자격 고시’로 구분된다.

임용고시는 자신의 전공을 포함한 지정과목들의 시험 성적을 통해 승진이 결정되는 것으로 경쟁률이 높고 난이도가 높아 합격이 어렵다.

다만 합격의 경우 다음 해 바로 승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반면 자격고시는 임용고시와는 달리 실무 경력과 업적, 자격증, 인사고과 등을 평가해 승진이 결정되는 시험이다.

문제는 이 자격고시의 합격자가 대전에만 100여 명이 넘게 대기하고 있다는 것.

1년에 10여 명 남짓 임용되는 과장자리는 100여 명 가까운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지난 해 합격자는 최악의 경우 10년간 대기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역 농협보다 중앙회에 근무하는 것이 업적 평가나 인사고과에 유리하다는 인식까지 생기면서 중앙회로 진출하려는 노력도 간혹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승진시험 응시자격이 다가오는 젊은 직원들은 승진시험에 합격해놓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의 한 직원은 “요즘같은 취업난에 어려운 관문을 뚫고 농협에 입사해서 기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승진 시험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지금 붙어도 한참을 기다려야 된 다는데 한번에 붙는 다는 보장도 없고, 이러다 과장 되는데 15년은 기다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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