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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설치는 가운데 20일 밤 청원군 오창 호수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잔디광장에서 모기장을 치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가마솥 더위를 연상시키는 한 낮 기온에 굵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파고 드는 가 하면 뜨거운 태양이 쉬는 밤에도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를 이기기 위한 시민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지만 더위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더위를 이겨라=낮 최고기온이 34.4도를 기록한 21일 청주시내는 여기저기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모습들이 연출됐다.
청주대학교 도서관. 방학기간이지만 이 학교 도서관은 만원 사례다.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면서 에어컨이 나오는 도서관으로 학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25·여) 씨는 “집이 너무 더워 학교 도서관에 왔다”며 “방학에는 빈자리가 꽤 있었는데 도서관이 시원해서 인지 빈자리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관공서나 회사의 주차장에서는 그늘진 곳과 햇빛이 차단된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청주상당경찰서 지하주차장은 가로 주차도 모자라 입구까지 민원인들의 차량들로 가득찼다.
폭염으로 차량이 달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차량들이 몰린 것이다.
정문에서 의경들이 주차공간이 있는 지상으로 차를 유도했지만 민원인들은 여지없이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늦은 밤,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한 시민들은 가까운 공원 등으로 몰렸다.
지난 20일 늦은 밤 청원의 오창호수공원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등 야외로 나온 시민들은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와 천변을 산책하거나 잠시 앉아 무더위를 식혔다. 무더위로 집에서 잠을 청하지 못한 시민들은 모기장을 쳐 놓고 못 다 이룬 잠을 청하기도 했다.
무더위를 운동으로 이겨보려는 시민들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에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달리기와 걷기 운동에 몰두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더위, 부작용 속출=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쌓인 짜증이 우발적 범죄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후 8시 50분 경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한 상가의 강화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없어진 물건이 없는 것으로 미뤄 누군가가 아무런 이유없이 도구를 이용해 상가 유리를 내리친 뒤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가게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는 지나가는 시민의 전화를 받고 밤 늦게 도착한 상가 주인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상가 주인은 “특별히 없어진 물건도 없어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아무런 이유없이 택시를 발로 찬 30대가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날 술 집에서 난투극을 벌인 20대 여성 4명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난투극을 벌인 20대 여성들은 경찰서에 와서도 한동안 서로의 분을 삭이지 못할 만큼 흥분한 상태였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이날 다툼의 원인은 단지 ‘화장실을 오래써서 짜증이 났다’ 였다.
쉽게 지나쳤을 만한 일도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나머지 커다란 다툼으로 변모한 것이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