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흉학한 범죄가 연이어 터지는데도 교육청이나 해당 자치단체는 뭐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여전히 외부인 출입도 자유롭고, 통제할 만한 장치도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잇단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교육당국의 학생 신변 안전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일선 학교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고, 불안감도 여전하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동구와 서구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이곳은 얼마 전부터 시작한 담장 허물기사업이 한창이었다.

이들 학교는 식당과 술집 등이 밀집한 주변 담장을 허무는 대신 벤치 설치와 나무를 심어 주민 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학교 출입을 막는 교사나 인력은 여전히 없었고, 학생 등·하굣길 도우미 역시 60~70대 고령의 여성 한명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동사무소에서 보내서 왔다는 고령이 도우미 여성은 "원래 2명이 같이 나오는 데 오늘 1명이 집안일이 있어 혼자왔다"며 "사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젊은 사람들이 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참 전부터 학교 앞에 나와 아이를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3학년 딸아이 모습이 보이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집으로 향했다.

이 학부모는 "학교에서 흉학한 범죄가 연이어 터지는 데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시설인 담장까지 허물면 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학생을 기다리던 수십 명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미흡한 학교 안전대책을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주변에 CCTV가 설치돼 있긴 한데 잘 찍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한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도 CCTV에는 안 찍혔다고 하던데…"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실제 대전지역 138개 초등학교 중 120곳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설치와 운영 등은 전적으로 학교 측에서 담당하고 있다.

학교별로 7대에서 9대 등 설치 대수는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이 학교 외곽지역 감시용으로 설치돼 있을 뿐 학교 내부나 건물 사이 등 사각지대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교 CCTV가 적재적소에 설치돼 있지 않고, 화질이 떨어져 야간이나 원거리에 찍한 모습을 식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초등학교 남자 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13일 대전시 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지역 138개 초등학교 전체 교사 5062명 가운데 남자 교사는 17% 인 879명에 불과하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원 5008명 중 83%가 여성 교사이고, 사립은 54명 중 절반이 넘는 34명이 여성 교원이다. 이 때문에 남자 교사가 1~2명에 불과한 학교에서는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도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는 게 현재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 안전대책의 하나로 당직제도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남자 교사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당직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교사 임용시험에서 남·여 비율을 따진다면 또 다시 양성평등 논란이 생길 것"이라며 "남자교사 증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순찰도 중요하지만 범죄 발생시 신속한 신고만이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법적인 안전망과 함께 모든 시민이 방관자가 아닌 주의깊은 관찰자가 돼 아이들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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