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41) 씨는 최근 승용차 구입 후 각종 차량 사고를 감시한다는 일명 '블랙박스'를 달았다가 낭패를 봤다.

차를 산지 얼마 되지 않아 간밤에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측면을 누군가 들이받고 달아났지만 블랙박스는 무용지물 이었다.

사고 당시 상황을 기록한다는 제품 홍보내용과는 달리 녹화 화면은 가해 차량은 커녕 야간인 탓인지 까만 화면밖에 볼 수 없었다.

최근 교통사고와 차량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면서 '무언의 감시자'로 불리는 블랙박스를 차량에 설리하려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신차나 고가의 승용차는 장착 필수품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어 지난해 국내 블랙박스 판매량은 2008년과 비교해 67%가 늘어난 11만대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기와는 달리 실제 사고 시 제기능을 못하는 제품이 종종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날 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철을 맞아 전월대비 판매량도 15% 이상 늘어나는 등 매달 제품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국내 보험회사에서 블랙박스 장착 차량에 대해 3%의 보험료 할인 혜택까지 주면서 운전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김 씨처럼 블랙박스 장착 차량이 사고가 나도 당시 상황이 제대로 녹화되지 않거나 야간에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등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차량용 블랙박스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28건으로, 대부분 판매자의 말만 믿고 구매했다 피해를 본 사례들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원이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블랙박스 제품을 대상으로 성능 시험을 한 결과 일부제품이 홍보 내용과 달리 화질이 떨어지거나 아예 녹화가 되지 않았다.

또 블랙박스 제조업체 간 경쟁 과열로 저가의 제품이 다수 출시되면서 성능이나 A/S 보다는 가격을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향후 소비자 피해사례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게 소비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정부와 일부 자치단체에서 블랙박스 장착의무화 추진 등으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졌지만 이렇다 할 표준 규격이 없다는 것도 성능보장이 안된 저가 제품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품질 시험결과 다행히 큰 하자를 보인 제품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최근 급격한 수요 증가로 저가 제품이 난립할 경우 성능이나 사후처리 등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전자파 적합 등록만 하면 판매가 가능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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