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연구개발)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일부 벤처기업들의 편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제시된 개발 과제와 동떨어진 자사 연구소의 연구 내용을 억지로 끼워맞춰 심사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심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연구소의 인적 구성을 채우기 위해 대학 교수나 타 기관 종사자로부터 해당 박사학위를 돈을 주고 빌려오는 이른바 학위 대여까지 횡행하고 있다.

모 처 직원은 “제시된 R&D와 관련 없는 업체들도 일단 비슷한 내용의 연구소를 꾸미고 사업을 신청한다”며 “연구원 구성은 전문성과 직책에 따라 대여료 수십 만 원 선에서 박사학위 명의만 빌려 제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벤처기업들이 국가 R&D 보조금 타내기에 혈안인 이유는 R&D 특성상 미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데다, 결과물만 있으면 자금 운영 책임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지자체의 보증 지원은 건 당 5000만~1억 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결국 금융기관에 갚아야 하는 빚인데다, 올 들어서는 지원 규모도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R&D 보조금은 단위가 보통 수 억 원 이상이고,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벤처기업들 사이에서도 소위 ‘눈먼 돈’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모 기관 관계자는 “한 벤처기업은 R&D 보조금 수십 억 원을 지원받았고, 이를 통해 몇 년동안 간신히 특허 1건만을 개발했을 뿐”이라며 “이 특허의 시장 가치는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십 억 원의 투자가 단 돈 1000만 원짜리로 전락했지만, 어쨋든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그 회사는 투입된 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타낸 R&D 보조금을 연구 외에 회사 운영자금이나 심지어 유용 등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R&D 보조금은 정부 각 부처별로 종류가 수 십 가지 이상으로 다양하며, 이 가운데 관리 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보조금이 공략 대상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식경제부 R&D 과제의 경우 선정 심사가 까다롭고, 수시 실시되는 중간 관리와 결과물 심사까지 엄격한 반면 다른 부처·청의 보조금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알려졌다.

모 기관 관계자는 “일부 벤처기업들이 계획서 상의 기대효과 부풀리기나 허위 연구원 등록 등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우려할만한 사건”이라며 “국가 재원이 낭비되지 않고 올바른 R&D 육성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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