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강도 높은 농협 질타 발언에 대전·충청지역 농협이 들썩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들은 죽어가는데 정치판을 오가며 사고나 친다”며 농협 임직원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 연루 사건을 빗대어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땅에서 생산하는 사람 따로 있고, 다른 사람들이 챙긴다’, ‘금융업으로 수 조 원을 번 농협은 이를 농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등 농협 전체를 비난하는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이 같은 대통령 발언에 충청지역 농협 관계자들은 혹시나 이번 발언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지나친 확대 비난에 억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계속된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과 인원 재배치 등 조직개편이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상황에서 자칫 이번 대통령의 발언이 또 다른 후폭풍을 가져올지 몰라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다.

농협중앙회 각 지역본부는 내년에 예상되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본부 인원 가운데 20%를 일선 영업점으로 전환하고, 예산도 전년대비 30~40%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부 농협 직원들은 고위직에서 비롯된 사건을 모든 농협 조직과 종사자의 잘못인양 비화시킨 언급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농협 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 경제 위기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농협은 창출된 수익을 농민과 사회로 되돌리는 나눔경영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농협이 마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농민들을 등쳐먹는 기관으로 오인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원망했다.

풀뿌리 농협인 지역농협 역시 대통령의 지나친 발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모 지역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의 일부 고위직 비리를 두고 마치 모든 농협이 파렴치한 집단인 것처럼 묘사하는 등 발언 중에 이치에 맞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며 “농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지금 정부는 과연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다른 지역농협 관계자도 “우리 농협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농협들이 농민건강 진료와 장학사업, 농촌 봉사활동 등 조합원과 농민들을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며 “일부 개인과 조직 전체를 구분하지 못한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이 이 같은 노력들을 일거에 무너뜨렸다”고 질타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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