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일대에 서울의 이태원을 롤모델로 조성된 '카이스트 국제화존(KAIST International Zone)'이 당초 취지와 달리 외국인 학생은 커녕 국내 학생들에게도 외면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유성구와 KAIST가 국제화존을 지정한 후 아무런 지원책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최대 고객이었던 KAIST 학생들의 발길마저 끊겨 상권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11일 유성구, KAIST 등에 따르면 국제화존은 지난해 유성구와 KAIST가 공동으로 추진, 유성구청 동문에서 KAIST 서문 사이 상가 밀집지역 3만 1200㎡를 지정한 특화거리 조성사업이다.

당시 20여개 음식점 및 의원, 약국 등이 영문 간판·메뉴판을 구비하는 등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고, 현재 지정 상점 이외에도 100여개의 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KAIST가 기존 학생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던 식비보조금을 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식비카드로 갑자기 전환하면서 국제화존을 이용하던 외국 학생들의 이용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주 이용객이었던 동남아 학생들이 자국의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자 방문 횟수나 식비 지출을 줄이면서 '국제화존'은 무늬만 특화거리로 전락하고 있어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화존 상인번영회 관계자는 "국제화존이란 의미는 사라졌고, KAIST 학생들 마저 음식점 등 상가 이용을 하지 않고 있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카이스트 측에 의견을 전달 했고, 긍정적인 검토·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속적으로 식비카드를 사용한다면 100여 명의 상인들과 협의해 집회시위를 불사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AIST측은 학생들의 건강상 이유를 들어 우선적으로 1·2학년 17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교내 식비카드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KAIST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식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다보니 그 이외에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어 학교측에서는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교내 식당 구조 변경 공사도 마쳤고, 앞으로 학부, 대학원생 등 9000여 명 전교생에게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유성구는 대책마련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상인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유성구 관계자는 "국제화존이 자연 발생한 곳도,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곳도 아니기때문에 구에서 지원을 해주려고 해도 뾰족한 방법이나 예산도 없어 상인들이 직접 해결 할 수밖에 없다"며 "영문 메뉴판 제작이 유일한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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