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충북경찰의 주먹구구식 치안정책이 경찰안팎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보 7일자 1면 보도>경찰이 민원인 1500여명의 인적사항을 활용한 설문조사를 통해 지구대실적평가를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세부계획도 마련하지 않은데다 평가주체가 해당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로, 객관성과 공정성, 신뢰성까지 결여됐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최근 도내 11개 경찰서에 '지역경찰 성과평가 및 포상계획'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계획은 충북경찰청이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베스트지구대·파출소 선정에 있어 기존 근무성적에다 주민만족도 조사결과를 추가로 반영키로 결정하는 등 평가방법을 변경한데 따른 것이다.

충북경찰청은 이 평가에 따라 베스트지구대·파출소를 선정, 최대 30만 원의 격려금과 2박3일간의 포상휴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충북청은 공문을 통해 이전에 보존해놓았던 112신고자와 절도사건피해자 등의 성명,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각 관할지역으로 분류, 전화설문조사 대상자로 활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일선 경찰서는 지구대별로 민원인 20여 명을 추려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내려 보냈다.

지구대 등은 상급기관에서 내려보낸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수년간 보존해놓고 있던 1500여명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관련법령에서 규정한 보존목적이 아닌 지구대 실적평가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설문조사방법에 객관성과 신뢰성이 전혀 수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관들의 친절도와 근무태도, 치안체감, 순찰활동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 주민만족도 설문조사를 정작 해당지구대·파출소 경관들이 진행하고 있다.

‘나에 대한 평가질문을 내가 직접하고, 주민 응답도 내가 취합해 상부에 보고한다’는 형태다.

경찰관들이 자칫 주민들의 응답을 허위로 작성해 주민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속여 상부에 보고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객관적이지도, 공정적이지도 않은데다 조사결과의 신뢰성까지 상실한 조사방법이다.

지구대별 교차평가나 ‘랜덤(random)’형태의 무작위 설문조사 등을 통해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않고 ‘일단 해보자’식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경찰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지구대의 경우 이미 주관적평가에 따른 신뢰성이 결여된 결과를 취합해 보고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전면중단 후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경찰간부는 “나에 대한 평가를 내가 한다는 것은 신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주민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게 아니라 결국 경찰의 실적평가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이라며 “공정하지 못한 평가결과를 과연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경찰 스스로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화설문조사에 응한 상당수 주민들도 전형적인 탁상행정, 주먹구구식 행정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주민 A(29·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씨는 “유선 설문조사를 끝내고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수신번호로 수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속 전원이 꺼져 있었다”며 “주민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에 따른 일방통행식 치안정책으로, 결국 경찰이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꼴이 됐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인적사항을 보존목적 외 사용한데 대해선 현재 관련법을 토대로 검토 중이나 사용범위에 대해 명문화돼있지 않아 애매한 상태다. 전화설문조사방법에 있어서는 지적한대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돼 전면 중단했으며, 공정한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성진·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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