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대 충북도의회 개원식이 7일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려 도의원들과 교육의원들이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제9대 충북도의회가 개원 첫날부터 의장단 선출 문제를 놓고 삐걱거리면서 향후 의정활동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6·2지방선거 참패로 전체 의석수 31석 중 4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김양희 의원이 7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반기 의장선거를 앞두고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 도의원이 이른바 ‘반란표 단속용’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점을 꼬집으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어젯밤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면서 "내용은 ‘알려드림. 의장은 누구, 부의장은 누구, 제2부의장은 누구. 차질 없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관행상 다수당이 원구성에 앞서 조율하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숫자적인 우위를 이용해 타당 의원에게까지 일방통행식·명령하달식 문자를 보내 의원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면서 “감시견제 기능을 하는 도의회가 이러고도 도민들의 눈총을 어떻게 감수하려고 하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문자발송은 협조차원이 아니라 의원을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당사자는 해명과 함께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 사전조율을 어기고 자칫 다른 의원에게 표를 줄 수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단속용 문자메시지를 타당 의원에게까지 보낼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민주당 박문희 의원은 발언대로 나와 "첫날부터 어려운 상황이 닥친 것 같은데 김 의원이 인신공격을 해 유감스럽다"며 "문자는 사전협의와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사과가 아닌 해명이라고 전제한 뒤 "부의장 자리 주지 않는다고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선진당은 지역구가 4개여서 (제2) 부의장을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한나라당이 여당이기 때문에 (6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갖기로 했던) 민주당 내 결정을 다시 조율해 1자리를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털어놨다.

한나라당은 의석수에서 선진당과 같지만, 지역구 의원은 3명이며 김 의원은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성했다.

예상치 못한 두 의원의 ‘충돌’은 의장 선출을 위해 임시로 사회를 맡은 임현(한나라당) 의원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이날 불협화음을 놓고 정가 안팎의 시선은 곱지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탄생된 지방의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형태로 원구성을 한 점도 문제고,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개원 첫날부터 대의는 뒷전인 채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자질을 의심케한다는 것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의장단 선출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할 지방의회가 당리당략에 얽매여 상생의 정치를 포기했다"면서 “결국 지방의회 스스로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도의회는 이날 오전 11시30분 도의원 35명과 이시종 도지사, 이기용 도교육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9대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민주당 김형근(청주2) 신임 의장은 개원사를 통해 "9대 의회는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에 담고 민심을 두려워하며 항상 낮은 자세로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종 도지사는 축사에서 "앞으로 4년간 지방자치의 동반자로서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을 실현하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했고, 이기용 교육감도 "'모두가 활짝 웃는 행복한 교육세상'의 구현과 '가슴이 따뜻한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해 도의원 모두 충북교육에 깊은 애정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도의회는 앞서 김형근 의원을 9대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김 의원은 투표수 35표 중 31표를 얻어 같은 당 김광수(1표)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날 김 의원이 의장에 선출되면서 1991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첫 초선 전반기 도의장으로 기록됐다.

전반기 제1·2 부의장으로는 민주당 최진섭(청주4) 의원과 자유선진당 손문규(영동2)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하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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