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중소 벤처기업들이 최근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기업들의 단가조정은 올해 초에 비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데 기인한 것이지만 환율과 원자재 값 모두를 계산해야 하는 벤처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거의 압박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기업 직원들이 접대나 리베이트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신기술 개발 납품 의뢰를 하면 타 업체에 중요한 기밀을 넘겨 가격우위를 없애는 등 비윤리적인 행태를 띠었다는 게 벤처기업 일각의 전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납품 최저가를 요구하며 수(?)가 틀리면 협력업체를 다른 곳으로 돌리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로 벤처기업들은 낮은 가격의 ‘울며겨자 먹기 식’ 납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대기업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A업체는 최근 납품가격을 15%가량 인하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인하를 하지 않으면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타 업체와 계약할 수밖에 없다는 반 협박식의 통보였다는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벤처기업들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며 “올 초 원자재 값이 상승했을 때는 실질적인 납품단가 상승이 미진했지만 원자재 값이 떨어지자 현 경제사정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로 인해 기업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중소기업들의 60~70%가량이 대기업들과 납품거래 실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값이 떨어지지 않은 철판,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업체들도 이 같은 대기업의 요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들은 자신들을 열심히 농사를 지어 제대로 수확을 낼 만하면 지주에게 농토까지 빼앗겨 버리는 ‘소작농 신세’에 비유하며 만약 항의하면 현재 납품마저 끊길 수 있기 때문에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통신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B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벤처기업들을 단순히 하도급 업체 취급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경제성장 엔진인 벤처기업이 살길은 없다”며 “대기업에 납품하는 벤처기업들이 적자에 허덕이며 힘겨워 하는 이유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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