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에 사는 A(29) 씨는 6일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찍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분평지구대 경찰관이었다.

이 경관은 "분평동에 사는 ○○○씨죠? 치안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묻는 질문에 매우만족, 만족, 보통, 불만, 매우 불만 등으로 대답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직원은 "분평동의 밤 길은 안전하다고 생각합니까?, 분평지구대 직원들의 순찰 태도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등 경찰의 치안활동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다.

경찰이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는데 불쾌함을 느낀 A 씨는 "내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따졌다.

지구대 직원은 "과거에 112신고를 했거나 민원차 경찰서와 지구대 등을 찾은 적이 있지 않느냐"며 "당시의 정보를 이용해 치안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충북경찰이 112신고자를 포함해 경찰서와 지구대 등을 방문했던 민원인의 전화번호와 이름 등 인적사항을 확보한 뒤 지구대 실적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용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최근 도내 11개 경찰서에 ‘지역경찰 성과평가 및 포상계획’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 계획은 충북경찰청이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베스트지구대·파출소 선정에 있어 기존 근무성적에다 주민만족도 조사결과를 추가로 반영키로 결정하는 등 평가방법을 변경한데 따른 것이다.

충북경찰청은 이 평가에 따라 베스트지구대·파출소를 선정, 최대 30만 원의 격려금과 2박3일간의 포상휴가를 부여할 예정이다.

지구대 실적평가 항목에는 기존 교통사고와 범죄발생률 등 근무성적과 이번 계획으로 주민만족도 등이 포함된다.

충북청은 공문을 통해 이전에 보존해놓았던 112신고자와 사건관련 참고인 등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각 관할지역으로 분류, 전화설문조사 대상자로 활용토록 했다.

일선 경찰서는 충북청의 지시에 따라 지구대별로 민원인 20여 명을 추려 각 지구대와 파출소에 내려 보냈고, 지구대 등은 상급기관에서 내려보낸 인적사항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설문조사를 했거나 실시 중이다.

경찰이 지구대 등에 내려 보낸 개인정보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성별, 신고나 민원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려진 개인정보를 받은 지구대와 파출소는 70여 곳으로, 경찰서에서 각 지구대 등에 20여 명의 개인정보를 추려 보낸 것으로 추청할 때 약 1500여 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개인정보가 지구대 실적평가에 이용됐다.

문제는 경찰이 수년간 보존해놓고 있던 1500여명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관련법령에서 규정한 보존목적이 아닌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지구대 실적평가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112신고자의 경우 향후 사건관련 목격자 진술 등을 위해 신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존토록 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 정보를 성과주의에 따른 지구대 실적평가에 사용한 것이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 파일을 보유한 기관은 보유목적 이외에 처리정보(개인정보 파일에 기록돼 있는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게다가 개인정보를 활용함에 있어 관련법에서 정한 규정에 부합되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아 성과평가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의 적법여부에 따라 향후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을 낳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보존목적 외에 사용한 것은 사실이나 관련법에 정한 규정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지역경찰 성과평가라는 경찰 자체적인 목적도 있긴 하지만 주민들에게 좀더 나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성진·고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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