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68·여) 씨는 수년째 아들의 폭언과 방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5년 전 이혼한 아들과 함께 살게 된 박 씨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지만 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심한 폭언을 퍼부었다. 심지어 작은 골방에 방치된 박 씨는 병원치료는 고사하고, 막걸리와 담배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그동안 군인이었던 남편이 사망한 후 군인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아들이 갈취했고, 자신명의 아파트도 아들의 빚으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결국 이웃의 신고로 사건을 접수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박 씨 보호에 나섰고, 이 와중에도 박 씨는 "나는 괜찮으니 병원치료도 필요 없고, 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최근 학대받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대부분이 아들과 딸 등 가족들로 사회적 보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에서 노인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 전환을 비롯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4일 대전시노인보호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2005년 1만 3836건에서 2007년 2만 7492건, 지난해 4만 6855건으로 5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노인학대 신고건수도 지난 2005년 2038건에서 2007년 2312건, 지난해 267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대전에서도 연간 60여건 이상의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만 모두 33건이 접수됐다.

학대 유형도 기존 신체적인 폭행에서 최근에는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무시하는 정서적 학대가 40.3%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고, 노인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17.5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경제적 학대도 12.0%를 차지했다.

학대 장소도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매일 학대를 당했다'는 노인 비율도 28.5%를 점유했다.

심각한 것은 노인 학대 대부분이 가족들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학대 가해자 중 아들이 59.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딸(13.1%)과 며느리(11.2%)가 그 뒤를 이었으며, 손자녀에 의한 학대도 2.3%나 됐다.

그러나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학대를 당한 노인들은 가해자인 자식을 감싸고, 가족이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 것을 걱정해 외부에 알리거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점도 사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인보호기관 관계자는 "노인학대 가정을 보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상담자 대부분이 자식들로부터 학대받고 있으며, 학대를 받은 후 모멸감과 배신감 등을 느껴 ‘70% 이상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노인학대는 중범죄로 인식해 신고가 접수되면 사법적인 강제권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없고, 노인학대가 행정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국민 인식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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