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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을 추모하며

2008. 10. 3. 09:21 from 사는이야기

최진실을 추모하며

아, 이 시대의 별이여

만인의 연인으로 살다간 별이여

배우로 살고 드라마처럼 살다 영화처럼 떠난 여인이여

불혹의 세월이 그리도 서러웠더냐

배우의 세월이 그리도 서글펐더냐

타인의 삶은 그리도 잘 사셨소만

어찌 자신의 삶은 그리도 무심케 버리셨소

연기하는 것처럼 살면 될 것을…

연기하는 것처럼 웃으면 될 것을…

바람처럼 떠나버린 그대여

연기처럼 사라져간 그대여

울지 마오, 울지 마오

지상에서 다 못한 무대 있거든

천상의 무대서 그 영광 다시 한번 누리소서

가슴에 묻어두오

가슴을 비어두오

그 가슴 따뜻이 품어 안고 편안히 영면하소서

                                                 <2008년 10월 2일 나재필  拜上>


▶별이 떨어졌다. 그녀는 스타 중 빅스타였다. 88년 청춘스타로 떠 20년 연기생활 내내 최정상에 있었다. 그가 뜨면 드라마가 떴고 그가 나오면 대박이 났다. 그야말로 흥행의 여신이었다. 이영자, 정선희, 이소라, 홍진경, 엄정화와 ‘6총사’의 우정을 나눈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로, 전 국민의 배우로 장밋빛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연예계 데뷔전 극심한 가난 때문에 자살을 여러 번 시도했었고 매니저 배병수가 살해당하고 조성민과 파경을 겪으며 풍상고초(風霜苦楚)의 삶을 살았다. 불혹을 넘기면서는 '줌마렐라' 열풍의 중심에 서 있었고 만인의 연인으로 중년의 남자들을 여전히 설레게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1993년 영화 ‘사랑하고 싶은 여자 & 결혼하고 싶은 여자’ 촬영장에서였다. 서울 충무로 시나리오작가 교육원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당대 최고의 청순배우를 직접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했다. 흰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림의 그녀에게서 후광(後光)이 났다. 그녀를 염탐하는 동안 내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가 꼭 되어 그녀를 내 시나리오의 여배우로 캐스팅하리라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것은 이 시대 최고의 여배우를 향한 꿈이자 짝사랑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여의도 국민일보 CCMM 빌딩내 스포츠투데이 신문사에서 그녀를 두 번째 만났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톱스타였다. 여인의 향기가 났다. 그녀의 흰 손과 악수하며 전율했다. 미소마저도 흰 빛깔로 빛났다. 그녀는 1968년 12월생으로 나보다 10개월 늦은 동갑내기다. 마흔 한 살. 
시나리오 나재필. 배우 최진실
나의 꿈은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 전날, 2008년 10월 2일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녀가 하늘로 떠난 것이다.
Posted by 나재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