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충남 엑소’ 불려, 평소 인권·페미니즘 강조, 젊은 지도자에 배신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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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2030세대 청년 유권자사이에서 ‘정치혐오’로 번지고 있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진보적인 젊은 지도자 이미지로 대학생은 물론 청년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던 만큼 사회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안 전 지사는 이른바 ‘충남의 엑소’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젊은층의 인기가 상당히 높았던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실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 토크행사 등도 빈번하게 열었고 지난달까지 한 단체에선 ‘안희정 대학생 서포터즈’도 모집한 바 있다.

안 전 지사가 그간 인권운동과 페미니즘 등을 기조로 ‘새 시대 새 정치’를 강조했던 터라 이번 사태는 충격에서 배신감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5월 안 전 지사가 대선주자였을 당시 선거 캠프원으로 참여했던 청년들의 경우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당시 캠프원으로 참여했던 20대 한 여성은 “지금 이 상황이 정리가 안 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가 받았을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고 지지를 보내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청년들 사이 정치혐오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대전지역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양모(여·25) 씨는 “여성인권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정치인이라 분노를 너머 패배감까지 든다”며 “사태를 접한 순간 모든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한 청원자는 “충남 아산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대한민국이 정말 잘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일념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안희정 사태로 공직사회의 불명예스러운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면서 수험생활의 목표가 흔들린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에서 비롯된 만큼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선필 목원대 정치학 교수는 “성폭행 사건은 그동안 비일비재 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유독 정치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강하게 날리는 이유는 그동안 보이지 않게 숨겨졌던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에 대한 불만 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사회의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2030세대의 정치개입, 정치참여가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모두 사회적으로, 지역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더 집중하고 변화해야할 측면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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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전에 있는 충남도 옛 도지사실 내 집무실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명패를 대신해 정석모 전 지사의 명패가 자리하고 있다. 홍서윤 기자 

성추행·성폭행 추문에 휩싸인 인사들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한창 이어지고 있다. 대전 중구 대흥동 옛 충남도청 안 충남도 옛 도지사실에 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명패와 책이 6일자로 모두 치워졌다. 

충남도 옛 도지사실은 2012년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옛 공간을 보전해 그대로 전시실로 쓰고 있는 곳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집무실을 사용한 도지사가 안 전 지사인만큼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제36·37대 충남도지사를 역임한 안 전 지사 명패가 놓였던 집무실 책상에는 제18대 도지사를 역임한 정석모 전 지사의 명패가 새롭게 놓이게 됐다.

안 전 지사가 평소 즐겨 본 책이자 그가 기증한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경제는 정치다 등 책 3권은 집무실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전시 해설사에 따르면 안 전 지사가 남겨놓고 간 책 안에는 그가 손수 적은 메모들이 많이 있었고 많은 여성팬이 방문해 이를 사진으로 찍어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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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충남도 옛 도지사실에 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명패. 

안 전 지사의 물품이 치워진 것은 5일 현직 비서가 그에게 수개월간 성폭력을 당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날이다. 사실상 성추문에 휩싸인 인사와 관련된 물품이 전시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치운 것으로 풀이된다. 옛 충남도지사실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관리 중이다.

한 관계자는 “별도로 잘 보관하고 있다. 다른 전시계획이 생기면 다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를 비롯해 이른바 성범죄 고발(Me Too) 운동에 연루된 인사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최근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일자 앞서 고은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만인의 방’을 폐쇄했다. 교과서 내용도 바뀔 전망이다. 일부 출판사들은 집필진과 협의해 교과서 속 고은 시인의 작품을 다른 내용으로 바꾸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성범죄 고발 운동에 연루된 인사의 흔적지우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있는 그대로의 역사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그의 물건을 치운다고 그가 충남도지사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사태는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그것도 역사인만큼 우리가 감내하고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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