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의 A(고1) 군은 어릴 적부터 경영학도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고교에 진학하면서 그 꿈을 접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풍족한 교육혜택을 받는 다른 학생들의 성적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인문계고에 진입할 경우 감당해야 하는 문제집, 보충수업비, 모의고사비 등 각종 교육비도 감당할 엄두가 안났다.

결국 올 초 전문계고 진학을 선택한 A 군은 “결국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토로했다.

대전지역 전문계고교 학생의 10명 중 4명이 저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나 경제수준에 따른 학력양 극화가 고교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계고 학생들의 상당수는 교육격차에 따른 성적미달로 전문계고 진학을 선택하고 있어 이들 학생들의 학습선택권을 보장키 위한 제도보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관내 12개 전문계고교의 전체 학생 중 38%에 해당하는 4636명이 올 1/4분기 학비지원대상자이다.

분기별 수업료와 학교운영지원비를 면제받는 학비지원대상자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로 전문계고의 상당수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경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 동구의 모 전문계고의 경우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 자녀인 곳도 있었다.

반면 이 같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비율은 인문계고, 특목고 등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교로 올라갈수록 급감했다.

대전지역 인문계고와 특목고의 학비지원대상 저소득층 자녀는 각각 5787명(11%)과 17명(1.4%)으로 전문계고에 비해 그 비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대덕구 경덕공고의 안동명 교사는 “학원, 과외 등 사교육시장에서 철저히 배제된 저소득층 자녀들은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교육현실”이라며 “사교육에서 소외된 많은 학생들이 성적에 떠밀려 전문계고로 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세태에 전문계고에 있는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보다 체계화된 공교육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교조대전지부 관계자는 “경제력이 학력을 좌우하는 현실을 고려해 전문계고에 보다 효율적인 교육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학급당 학생수 감소, 전문상담교사 배치 등 열악한 전문계고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 대전지역 고교별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 현황

구    분
전문계고
인문계고
특목고
학교수
12개교
45개교
2개교
전체학생수
1만 2149명
5만 889명
1152명
학비지원 대상 
저소득층자녀 학생수(비율)
4636명
(38%)
5787명
(11%)
17명
(1.4%)
1개교 평균 저소득층자녀 학생수
386.3명
128.6명
8.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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