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불량식품에 대한 일제단속 지침이 전국 지방청에 하달됐지만, 충북지역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고유 업무를 벗어난 일에 대한 생소함과 누적되는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이다.

28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설 명절을 맞아 도내 식품위해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에 충북지방청과 경찰서별 지능범죄수사요원들로 꾸려진 '부정식품 수사전담반'은 위해식품에 대한 첩보수집 및 단속에 나서고 있다.

중점 단속 대상은 위해식품 제조와 판매, 유통행위와 수입농·수산물 원산지 거짓표시, 병든 동물 고기 판매행위,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 허위 과장광고 행위 등이다.

단속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경찰은 식약청,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전문 지식 등을 공유키로 했다.

이처럼 경찰이 고질적·상습적·조직적 유통사범에 대해 구속수사 방침까지 밝히며 이번 집중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현재 충북지역에서 적발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느닷없이 불량식품 단속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경찰은 설 명절을 앞두고 농·수산물 원산지 거짓표시 및 위해식품의 제조·판매·유통 행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단속이유를 밝히고 있다. 물론 경찰은 매년 명절을 전후해 식약청과 품관원의 업무공조 차원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처럼 경찰이 중심이 돼 불량식품 단속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4대 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척결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에 경찰이 과잉충성을 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명절을 전후로 치안수요가 부담되는 상황에서 좀처럼 실체를 잡기 힘든 불량식품 단속에 실적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일선 경찰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불량식품 단속의 특성상 위해식품임을 증명할만한 수단이 마땅히 없는 경찰로서는 내부자의 제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주무기관도 아닌 경찰에 직접 제보를 할 신고자도 찾기 힘들다. 실적 탓에 유관기관인 식약청과의 무조건적인 협조도 쉽지 않다.

충북의 한 경찰 간부는 "매년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식약청 등과의 업무협조 차원에서 이뤄져왔던 불량식품 단속에 대해 올해처럼 적극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도 드문 일"이라며 "본청의 지침에 따라 각 지방청에서는 단속과 관련한 실적을 한 두건이라도 내야 하지만 고유 업무 이외의 영역에 대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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