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좁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1960년. 대한민국 정부는 대대적인 인구억제 정책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아들, 딸 구분 없이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등이 당시 만들어진 표어다. 그러나 50여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우며 아이 낳기를 유도하고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도시·농촌을 불문하고 고령화와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게 현주소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4회에 걸쳐 저출산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본다.

◆저출산 언제부터였나

60년대부터 시작된 인구 줄이기 운동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삶의 질과 복지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돌변했다. 2005년 시행령이 제정되고, 2006년부터 제1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이 시행됐다.

문제는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정당 2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가정당 1명의 아이는커녕 늦은 결혼으로 아이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령화는 가속하고 있다.

201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1인당 낳는 아동수)은 1.1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출산장려를 위한 정책을 지속할 경우 2025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26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OECD 국가 평균 인구를 유지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처럼 정부가 다산 인구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유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막연한 부담과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충남도는 전면에서 출산을 유도하는 각종 혜택을 앞세우고 후면에서는 출산에 대한 인식변화를 추진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녀 계획 현실은

“2013년 뱀띠 아기 낳아도 괜찮나요?”, “쥐띠 엄마에게 뱀띠 아기 잘 맞을까요?” 뱀띠 해인 계사년이 밝기 무섭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 등에 자녀를 가질 계획인 부부들의 문의 글이 빗발치는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 역술인이나 사주 카페 등을 찾아 고민을 상담하는 부부도 많다. '뱀띠 해에 아이는 좋지 않다', ‘쥐띠와 궁합이 나쁘다’는 속설로 출산 예정이거나 계획 중인 부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는 것.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는 예비 엄마들이 뱀띠 아기의 성격 등을 묻는 글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단순히 뱀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이다. 1년을 더 기다려서 말띠 아기 계획을 세우는 부부도 꽤 많다.

임신 1개월에 접어든 예비 엄마 김모(31·천안 동남구) 씨는 “주변에서 뱀띠에 대한 말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며 “지인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뱀띠해 아기 낳기’는 신혼부부의 단골 이야깃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는 육십갑자 시간 법에 따라 60년에 1번 찾아오는 흑 뱀띠 해로, 뱀이 영생과 풍요, 번식을 뜻해 아이 낳기에 좋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부부는 자치단체의 지원 여부에 자녀 계획을 맞추고 있다. 지자체별 지원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혹시나 더 기다리면 지원이 늘어날까 하는 기대 심리도 상당하다.

공주대학교 유아교육과 한 교수는 “여성으로서의 가장 큰 고통이자 축복은 바로 출산”이라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자녀 계획은 세우고 있지만, 고민이 뒤따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지원 방안과 아이를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사례 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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