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특구에 위치한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특허출원과 관련 전담 특허사무소를 선정, 운영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대전지역 변리사들이 외면받고 있다.

지역 변리사들은 출연연들이 전담사무소 선정 시 규모만을 중시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법인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출연연 측은 변리사의 능력을 중심으로 한 공정 심사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최근 전담 특허사무소를 선정한 한 출연연의 경우 공고를 통해 신규 사무소 선정기준에 ‘관련분야 변리사 3명 보유, 연간 특허출원 500건 이상의 실적을 보유한 사무소’를 명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출연연 측은 “특허업무의 특성 상 경험과 실적면에서 우수하고, 명세서의 품질이 탁월한 특허사무소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서울지역 법인들이 많이 선정된 것”이라며 “발주평가 시 연구 실무자들과의 협력관계와 법인의 인지도, 설문조사 등을 참고함과 동시에 내·외부의 공정한 심사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 역시 “서울 등 수도권 법인들이 많이 진입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전 등 타 지역 사무소를 선정하지 않기 위해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규모가 큰 법인이 업무를 맡을 경우 해당 건에 적합한 변리사나 직원들을 고르는 데 폭이 넓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변리사들은 출연연 전담사무소 선정 시 진입 장벽이 높아 공고가 나와도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어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특허청과 특허법원이 자리잡은 대전지역에서 지역 변리사를 외면하는 출연연의 현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변리사 A 씨는 “출연연 특허 전담사무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변리사나 직원 수가 지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서울의 대형 법인들 일색”이라며,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타 지역에서 변리사를 3명 이상 보유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전에서도 1~2곳 법인을 제외하고는 출연연의 전담사무소 선정 기준을 맞출 수 없다보니 말 그대로 ‘남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변리사 B 씨는 “특허업무라는 것이 연구담당자와 변리사의 잦은 대면과 상담, 회의가 필요한데 과연 서울법인 변리사들이 대기업들보다 수가가 현저히 낮은 출연연 업무에 적극적일지는 의문”이라며 “대전의 경우 특허청과 특허법원이 있어 타 지역에 비해 변리사가 많은데도 출연연 업무를 담당하는 변리사들은 적다는 점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변리사 C 씨는 “일부 출연연의 경우 연구담당자가 원하는 변리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곳도 있다”며 “출연연들이 전담사무소 풀(Pool)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행정 편의를 위해 연구인력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지역 변리사들의 주장은 지역 변리사들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닌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무리하게 높이지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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