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황해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의 중추 항만으로 키우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한 지 5년이 흘렀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황해경제자유구역 사업은 국제수준의 첨단 기술산업 클러스터와 대중국 수출입 전진기지 육성은커녕 진퇴양난 수준이다. 개발에 나서겠다던 시행사는 모두 두 손을 들고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기다림에 지친 지역민은 차라리 지구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구지정 해제 시 주민 피해 '눈덩이'

당초 황해청은 올해 안으로 1단계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업 시행사가 개발에 발을 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장 지역민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지역민은 개발을 전제로 지난 5년간 주택과 토지거래 제한은 물론 제대로 된 나무 하나 심지 못했다. 오로지 개발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재산권 제한을 감수해 왔던 것이다. 문제는 보상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은행 대출을 받아 주변에 대토용지를 산 지역민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막대한 '이자 폭탄'에 생계마저 꾸리기 어려운 형편이 돼 버렸다. 실제 당진 송악지구 2300여 명의 주민이 이주나 대토를 구입할 목적으로 대출을 받은 금액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한 명이 대략 10억원을 대출받아 인근에 땅을 사들였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은행 이자만 500만원에 달한다. 이런 생활을 2~5년간 지속하면 사실상 파산 수준까지 도달한다.

◆차라리 지구지정 해제가 낫다

일부 지역민은 아예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사업 진행 과정과 현재 경기 여건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사업시행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진시의 경우 미분양아파트가 1000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바에는 지구지정을 해제해 지역민의 재산권이라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논리다.

이처럼 사업이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은 사업 초기부터 감지됐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에도 사업비 조달을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이다. 애초 시행 가능성이 낮은 사업에 충남도가 앞장서 청사진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김진선 송악지구 주민대책 위원장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5년간 재산권을 희생시킨 것으로 충분하다"며 "이제 도가 직접 나서 대승적인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특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는 100% 공감한다. 개발 이면에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선례 없었나

국토해양부가 2011년 아산탕정신도시 2단계 지구(1246만㎡)에 대해 지정해제 조처를 내렸다. 아산시가 요청한 2단계 사업 중 매곡 1·2구 76만여 ㎡에 대한 지구 편입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역민은 16년간 사유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렇다 할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지구 해제를 한 터라 돌아오는 것은 대규모 집회뿐이었다. 이런 선례를 비춰볼 때 황해청과 충남도는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주민을 아우를 수 있는 결단과 황해청 인력 활용 방안 등 또 다른 개발 계획을 정부로부터 얻어내야 한다. 만약에 지구가 해제되면 황해청에서 유치한 각종 실적을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급기야 지구 주변 공유수면부지를 매립해 부지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시간이 장기적으로 걸릴뿐더러 타당성 검토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업 존폐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아 주민과 충남도, 황해청 간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충남도가 이미 지구지정 해제를 고려한 특별조치법으로 후속대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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