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보건소 측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무기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지자체에 돈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술을 많이 드시는 우리 할아버님은 혈압약을 잘 먹고 계시는지 가봐야 하고, 위암 치료를 받고 있는 한 분은 식사를 제대로 하고 계시는지 가 봐야 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분들을 돌보지 말라고 합니다.”

대전시 대덕구에서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A씨는 최근 보건소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그동안 지역의 독거노인과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해 건강을 돌보고 치료가 필요하면 의료기관에 연계해주는 일을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해마다 계약을 갱신했지만,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지역 방문간호사들이 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해고철회와 무기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지역 지자체들은 전향적인 사고로 전원을 연속 고용하고 단계적으로 무기직 전환 시행 계획을 즉각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정부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직 전환을 발표했으나 우리 방문간호사들은 제외됐고 이후 12월에 방문간호사들도 그 대상이 된다는 복지부의 발표에 따라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는 듯했지만, 구청에서 우리를 고용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방문관리 사업은 지금까지 평가가 그렇듯 앞으로도 더욱 확대돼야 할 사업”이라며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된 간호사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방문대상 가구들을 찾아가 정성스럽게 진료하고 예방했을 때 그 성과와 칭찬은 지자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을 하면서 채용한 비정규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결정이 늦어지면서 방문간호사들의 무더기 계약해지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에서만 이 같은 이유로 지난달 말 63명이 돌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