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첫 입소식이 열린 7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입영장병들이 가족들을 향해 힘차게 경례하고 있다. 논산=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짧게 깎은 머리 위로 찬 바람이 스치는 계사년의 첫 월요일 오후.

논산 연무읍 육군훈련소 입소대대에서 새해 첫 입영행사가 치러졌다. 입영소 안은 애써 괜찮은 척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는 청년들과 그 모습을 부지런히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는 친구와 연인, 친지들로 북적였다.

‘이 한목숨’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탑 아래서 환송나온 이들과 포즈를 잡은 예비 훈련병들의 표정에는 어제의 아쉬움과 내일의 기대가 함께 뒤섞여 있다.

대전에서 온 박노훈(22) 군은 외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입영소를 찾았다. 박 군은 “입대하면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이 그리울 것 같아 아침에 냉면을 먹었다”며 할머니의 손을 잡고 “제대할 때까지 부디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경북 영덕에 사는 양일순(77) 할머니도 손자의 입대를 보기 위해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논산을 찾았다.

양 할머니는 “하나뿐인 친손자라 마음에 걸려 이렇게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어느새 다 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된다니 가슴이 벅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입소를 기다리는 오성환(21·경남 창원) 군 곁에는 부모님과 제대한 지 반년째인 형 오태환(24) 씨가 함께했다.

군대 선배인 형은 아우에게 “초임병 때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머리를 비우는 것이 군 생활에 적응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제의 어머니는 “아들을 둘이나 군대에 보내는 마음이 안타깝다”면서 “둘째는 특히 아직 어린애 같아 마음이 짠해 어제 밥을 먹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 아들 둘을 둔 어머니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이민수(21·대전) 군과 김지영(20·대전) 양은 사귄 지 77일째인 동갑내기 캠퍼스커플이다. 경찰경호학을 전공해 특공수색병을 지원한 이 군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제 미성년자도 아닌데 나 없는 동안 실컷 재밌게 놀아라”며 큰소리를 치다가 이내 “편지할 테니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라”고 어른스러운 표정이 지어보이기도 했다.

애써 웃고 있던 김 양도 남자 친구의 진지한 모습에 눈가가 촉촉해지며 "조심히 잘 다녀와. 면회갈께"라고 조용히 말했다.

집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들떠 있던 연병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아들 손을 놓기 아쉬워 운동장 앞까지 따라온 어머니는 어느새 슬픈 표정이 가득했고, “잘 다녀오겠다”는 아들의 작별에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저 고개를 떨궜다.

이날 입소한 훈련병들은 오는 14일부터 5주간 각개전투, 개인화기 사격, 수류탄 및 30㎞ 행군 등 신병훈련을 마치고 다음달 13일 수료식에 이어 15일 자대로 배출된다.

한편, 이날 입영행사에서는 훈련소 군악대가 진행하는 ‘한마음 음악회’가 열려 아쉬운 작별을 하는 훈련병과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논산=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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