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안정을 취하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원이 허술한 경비체계 등으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소지품을 도난당하고도 하소연할 곳 없는 환자들은 병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2월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기 위해 대전의 한 병원에 입원한 A 씨는 병실에서 잠든 사이 스마트폰을 도난당했다. 충전을 위해 충전기에 꽃아 병실 탁자에 놓아둔 스마트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 A 씨는 범인을 잡기 위해 병원 측에 복도 등의 폐쇄(CC)회로 TV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보여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A 씨는 “스마트폰을 도난당한 것보다 병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지역 내 병원에서 환자들의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절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병원 전문 절도범들은 병원의 경비가 허술하다는 점과 여러 사람이 드나드는 곳으로 특별한 의심을 받을 일이 없다는 점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대전권 일대 병원을 돌아다니며 13차례에 걸쳐 환자들의 지갑과 귀금속 등 11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 달아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병원의 빈 병실만을 노리고 환자와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또 지난 11월에도 충남 서산 등 전국 11개 지역의 병원을 돌며 70여 대의 스마트폰을 훔친 10대 5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는 등 병원 내 절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환자들을 위협하는 병원 내 절도에 지역의 각 병원은 개인사물함을 제공하거나 병원 내부 절도에 유의하라는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계속된 절도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병원 내부에서 물건을 도난당하는 등 피해를 입어도 환자들이 보상을 받거나 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환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환자들은 물건을 도난당하고도 본인 부주의라는 명목하에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문안 등 병원 특성상 외부인이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병원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절도를 예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환자 본인이 개인 물건을 항상 소지하는 등 철저히 주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이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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