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사고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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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나도록 피해민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사회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또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지켜야 할 정부가 피해 회복을 위해 제대로 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 삼성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역시 사회적 분노로 표출돼야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5년 넘도록 태안 유류피해의 상처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원인에는 기름유출 사건의 위기와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 그리고 무관심과 무능으로 일관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관대한 우리 사회의 몫도 분명 크다. 만일 우리가 태안 기름유출 사건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면, 언제라도 제2의 태안 기름유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다행히도 18대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특히 정치권은 국회유류피해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할 수 있다”라로 권고 사항에 머물었던 ‘허베이스피리트호 특별법’을 보다 강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성완종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 무성의한 정부의 지역경제활성화 사업에 탄력을 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사정재판 결과에 대한 항소가 있을 때 시일을 최대한 단축해 피해민의 고통을 줄인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현행 ‘피해주민 단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를 ‘피해주민의 의견을 듣고 피해지역 지원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로 하는 등 권고 사항 대부분을 의무 사항으로 명시했다. 또 신속한 사정재판을 위해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와 관련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고 (보상받지 못한 자를 고려해)법원에 제출된 인우보증(隣友保證)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신설했다.

성완종 의원 측은 “국회 특위 위원 18명 중 이미 17명이 모두 공동발의했다”며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올해 내로 최대한 빨리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의 책임을 묻기 위한 ‘유류오염피해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종관 충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삼성은 56억 원만 책임지면 된다는 입장으로 현행법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무한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유류특위 산하에 정부와 피해민 등으로 구성한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출연관련 협의체’가 본격 가동 중으로 삼성의 책임을 분명히 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국회 특위와 협의체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이른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전법원 서산지원이 조만간 지루했던 사정재판의 최종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법·제도적 개선 노력과 삼성에 관한 명백한 책임 추궁, 대형 환경재앙의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고민이 이어지지 않으면 온전한 회복은 이룰 수 없다. <끝>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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