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KT충북본부가 최근 ‘국가정보통신망 구축 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통신장비 선정 과정에서 특정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역 통신업계에서는 도와 KT가 같은 협약을 체결했던 3년 전에도 해당 업체에게 장비설치권을 맡겼다는 의혹이 있어 철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본청과 직속기관·사업소, 도내 12개 시군 등 52개 기관이 공통으로 이용하는 국가정보통신망 서비스가 다음달 말 종료됨에 따라 지난 2일 KT와 국가정보통신망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5년이다. KT는 장비구입·설치금액을 모두 부담하되, 5년간 73억 원 정도의 통신요금을 받는다. .

도는 지난 9월 업체선정을 위해 제안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자격은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서비스 ‘A’그룹에 속한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으로 제한했다.

도는 참여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하는 방법으로 업체를 선정키로 하고, 행안부 인적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번 사업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참여했으며, 위원회 심사결과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협상과정에서 충북도가 당초 KT 측이 제안한 A장비가 아닌 B장비로 교체할 것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충북도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KT가 제안한 A장비가 성능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설치된 B장비와의 호환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교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역통신업계는 우선 도가 장비의 미비한 성능이 아닌 ‘기존 장비와의 호환문제’를 이유로 장비교체를 주문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설치된 장비를 없애고 새로운 장비로 교체하는 것”이라며 “도가 호환성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이 안되는데다, 평가위원회가 B장비의 성능 등을 공정히 평가해 선정한 것을 뒤바꾸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52개 기관에 A장비가 설치돼있지만, 모두 새 장비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통신망 등 국가정보화사업과 관련한 발주업무를 맡고 있는 행안부 관계자는 “제안입찰의 경우 제안서 내용에 특정장비 설치가 포함됐는데,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이상 발주처에서 바꾸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KT는 도의 요청을 받아들여 B통신장비로 교체키로 한 뒤 기술협상을 마무리짓고 지난 2일 도와 정식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장비조달에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KT와 장비설치권에 대한 하도급계약을 맺은 업체가 B통신장비를 조달하려고 하는데, 차질이 생긴 것이다. KT는 인력·기술적인 문제에 따라 지역 통신업체인 C사와 장비설치권을 넘겨주는 내용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사는 사업을 위한 장비설치와 설치 후 5년간 유지보수를 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사 관계자는 “B통신장비업체 대전지사에 장비공급을 요청했는데, 다른 유지보수업체인 D사를 통해서만 장비를 줄 수 있다고 한다”며 “우리도 B업체와 파트너관계를 맺고 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D사에게 독점계약권이 있는 게 아닌데도, D사를 통해서만 장비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번 사업의 설계권을 D사에 넘기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D사는 지난 2009년 KT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통신장비를 설치, 현재까지 통신망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이같은 유사한 사례는 2009년에도 있었다. 그때도 잡음이 생긴 탓에 결국 KT가 D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며 “결국 충북도의 간부가 D사에게 장비설치권을 주기 위해 통신장비 교체를 주문하고 B장비업체에도 무언의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D사 간부와 동향 출신인 충북도 간부가 특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고, 필요하면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 해당 간부는 KT와 일부 업체의 음해라며 수사의뢰를 검토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간부는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D사는 현재 네트워크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업체 정도로만 알고 있다. D사 간부와 동향출신도 아닌데다, D사는 물론 B장비업체 측과도 일체 연관돼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객관적인 판단에 따라 장비교체를 요청한 것뿐인데, KT와 6개의 하청업체간 이윤문제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 왜 내가 관여가 됐다는 것인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음해로 보고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망 구축사업 기간이 12월말까지인데, 장비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KT의 사업수행의지와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협약조건에 따라 KT와 협약을 파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지속되는 잡음탓에 협약이 파기될 경우 어렵게 따낸 73억 원대의 영업성과가 물거품이 되다 보니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충북도와 조율을 거쳐 장비를 교체했다. 장비조달은 현재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하도급계약여부 등 사업추진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선 본사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후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특혜의혹이 있는 D사를 통해서만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는 C사의 주장과 관련, B장비업체 대전지사 책임자는 “우리와 파트너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라면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며 “충북도와 KT의 협약과 관련해 D사를 통해 독점공급하겠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충북지역에 B장비업체와 파트너관계를 맺은 회사는 7곳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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