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이 모(15) 군은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꼭 ‘X새끼’, ‘X발’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섞어 말을 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친구들도 평소 말을 꺼낼 때 쉽게 욕설을 내뱉기 때문에 김 군은 전혀 기분이 나쁘거나 사람들 앞에서도 민망함을 느끼지 않는다.

# 학부모 김 모(47·서구 가장동) 씨도 아들의 잦은 욕설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기분 상태를 모두 욕설로 표현하는 아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심하게 혼을 내기도 하고 타일러도 봤지만, 습관처럼 내 뱉는 아들의 욕설은 시간이 갈수록 줄기보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내뱉는 갖가지 욕설이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중교통이나 거리 곳곳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욕설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설은 심지어 이들 사이에서 ‘또래문화’로 형성돼 친근감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된 지 오래다.

각 가정에서도 자녀의 거침없는 욕설 표현에 적잖은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섭게 혼쭐을 내기도 하고 용돈 삭감 등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 오히려 “욕을 하지 않으면 친구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에 십상”이라며 외려 부모에게 불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런 청소년들 사이에 자리 잡은 ‘욕설문화’는 어른들이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이 매일 욕설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욕설하는 이유는 친근감 표현, 스트레스 해소, 습관 등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욕을 잘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승부를 가리는 ‘욕 배틀(battle)’까지 이뤄지고 있다.문제는 청소년 욕설문화가 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욕설 사용을 줄이게 되지만 청소년기부터 욕설이 일상화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소년 ‘욕설문화’를 어른들의 공동책임으로 인식하고, 어린 시절부터 '바른말'을 쓰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청소년 상담심리 전문가는 “청소년 욕설이 분노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또래문화' 형성에 의한 하나의 패턴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분노형 욕설은 치료를 통해 해결해야 하겠지만, 습관적 욕설은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좋은 언어습관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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