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각종 외부용역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어 혈세낭비는 물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전 심의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사후평가제 도입 등 철저한 견제수단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6일 청주시에 따르면 2010년 68건(215억 원), 2011년 60건(150억원), 2012년 79건(168억 원) 등 해마다 상당 금액의 예산이 외부 용역비로 집행되고 있다. 내년에 반영될 용역비 역시 시는 지난 5일 2013년 본예산 용역과제심의위원회를 열고 각 실·과에서 검토보고를 올린 총 76건(159억 5900만 원)의 용역과제 가운데 71건(154억 6900만 원)을 가결했다.

하지만 이들 용역 가운데는 시급성을 요하지 않는 학술용역과 필요이상의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어 막무가내식 용역남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뒤를 잇고 있다. 용역을 발주했다 현실에 부딪혀 사업에 미반영된 용역이 허다한 현 시점에서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특정부서와 일부 용역기관의 개인적 관계에 따른 '뒷거래설'까지 나돌 정도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316회 청주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박상인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무슨 사업만 하면 용역부터 생각한다"며 "청주시 공무원은 기본계획조차 수립할 수 없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용역남발을 제어할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실무부서가 수립한 용역계획이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의회 의견청취, 용역과제심의위원회, 의회 예산심의 등 총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중 시의회 의견청취는 말그대로 심의 과정이 아닌 의견을 듣는 과정에 불과하다. 용역과제심의위원회 역시 구조상 충실한 심의기능을 기대하기 힘들다.

용역과제심의위는 위원장에 부시장을 필두로 국장급공무원이 다수 참여하게 되며, 외부 전문가들조차 관계공무원들에 의해 선정되다 보니 이미 부서검토 단계에서 용역추진에 동의한 바 있는 국장급공무원들이 사실상 위원회 운영을 주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용역과제심의위에서 걸러지는 비율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한 것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결국 시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책정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용역시행 여부를 결정짓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계인 셈인데, 이마저도 시의원이 참여한 심의위를 통과했다는 명분과 간부 공무원들의 의지에 따라 사안의 시급성과는 상관없이 설득 또는 사전 물밑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걸러지기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대해 박상인 의원은 "일부에 의해 기획된 용역이 추진됐다가 실무에서 적용이 안되는 것이 도출돼서 나중에 사장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로 인해 예산낭비가 발생해도 결과물에 책임을 지는 자가 전혀 없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용역남발의 근본적 원인은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와 책임행정에 대한 면피수단 마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용역을 주창한 공무원에게 향후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묻는 '용역실명제' 등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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