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풍속업소 단속의 적법성을 두고 법원의 판단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주류 판매 노래방을 단속하는 경찰관의 업무를 방해한 업주에 대해 1심이 ‘유죄’ 판단을 내린 반면, 2심은 경찰관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단속을 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대부분 풍속업소들이 암암리에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과 주류 등 이를 단속할 때 무조건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향후 경찰의 단속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충남의 한 노래방에 ‘도우미를 고용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 2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노래방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냉장고에 보관 중인 캔맥주 수십 개를 발견하고 증거 수집을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가버릴 것을 우려한 업주 A(51) 씨는 경찰관들을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사진기가 파손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A 씨는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고 1심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논산지원은 “적법한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A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있어 적법성 결여 여부를 따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인혁 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없이 노래방 주류판매 단속을 하던 경찰을 막은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업주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래방 주류판매 단속은 수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다”며 “위법한 공무집행인 만큼 이를 막아선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노래방 냉장고를 열어 조사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 적법한 직무집행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의 영장 제시 여부가 풍속업소 단속에 필요 사항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앞으로의 단속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풍속업소 단속을 맡은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여러 유형의 풍속업소가 있지만, 노래방을 예를 들면 아마 10곳 중 9곳은 술을 팔고 도우미를 고용하는 등 불법 행위가 일상화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일이 영장을 받아 단속을 하라는 것은 차라리 단속을 하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적법한 절차를 지키라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을 뛰다보면 법원의 판단처럼 매번 영장을 받아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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