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클로버’의 한 미혼모 엄마가 아이를 등에 업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대전클로버 제공

"저는 못해도 제 딸은 좋은 옷, 좋은 음식 챙겨줘야죠."

행복한 추억도 친구들과의 교류도 많아야 하는 낭랑 18세 김혜미(가명) 양의 입에서 나온 다짐이다.

혜미 양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지만 이미 이름 앞에 '00엄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본보가 31일 찾은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미혼모시설 '대전클로버'에서 한 지붕 다섯 엄마들은 사회에서 지우고 싶은 충격적인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평균나이는 17.2세.

이들은 모두 아픈 상처를 안고, 이곳에 왔지만 생후 24개월 미만의 다섯 딸들과 함께 서로 치유하고, 지키며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지윤(가명·19), 최아름(가명·19), 유현미(가명·22), 박진희(가명·18), 김혜미(가명·18) 등 다섯 엄마들의 아침은 다섯 공주들의 기상과 동시에 시작된다.

"언니가 밥 당번이잖아!"

여느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매주 돌아가며 밥, 청소, 빨래 등 실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세부적으로 나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척척 해내고 있다.

엄마들도 잠이 많지만 아직 잠이 덜 깬 딸들을 씻기고, 밥 먹이고, 깔끔하게 옷을 입히고 오전 8시 30분까지 부랴부랴 준비를 마친다. 어린이집 버스에 아이들을 태우고서야 엄마들의 식사가 이어진다.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학원을 전전긍긍하며, 엄마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다섯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간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다섯 엄마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오후 5시에 집으로 귀가한다. 수습미용사로 일하는 아름 맘을 제외한 엄마들은 5시 40분 칼같이 오는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린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적어준 알림장 확인부터 저녁준비, 아이들 샤워시키기 까지 주부 9단의 모습을 보인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9시. 아이들이 꿈나라에 들면서 엄마들도 취침 전까지 개인시간을 갖는다.

다섯 엄마들은 저마다 입소 전에 잊고 싶은 기억들이 있다. 낙태, 입양 등 감정에만 치우치며, 아이를 키울 준비도 여력도 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도움을 줄 멘토도 없었고, 부모님의 이혼과 별거….

그녀들은 자신의 딸을 양육키로 결정했고, 이들을 위한 시설인 ‘대전클로버’의 문을 두드렸다.

‘대전클로버’는 공동생활터다보니 외출과 담배, 술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을 위한 규율이고, 규칙이기 때문에 모두들 이 욕망을 잠재운다.

입소 후 2년 동안 ‘대전클로버’에서 가정 살림, 요리, 명절음식 만들기, 자산관리 등 ‘가정살림 프로그램’속에서 엄마로써의 자격을 습득한다.

2년 후 독립해서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린 엄마들은 “여자들 10명이 살기 때문에 정신없을 날들이 많지만 그 속에 미운정 고운정이 있다”며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선만 없다면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쑥쓰러운 미소를 보였다. 꿈도 많고, 잠도 많은 엄마들은 내일도 다섯 공주들의 기상과 동시에 새로운 날개짓을 펼친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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